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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Art/영화 (22)
달과 나
우연히 다시보게 됐다. 좋은 영화를 보는 것은 언제나 좋다. 배경이 어디였는지도 까먹고 있었는데 영화로 공간을 엿보는 즐거움도 컸다. 직접 가서 느끼는 공기는 또 다르다는 걸 알고있지만 요샌 이런 작은 것들이 울림이 크다. 영화는 변함없이 반짝이는 순간들을 보여준다. 음악 감상실에서 셀린느가 고개를 돌릴때 제시가 그녀를 보고, 제시가 시선을 돌리면 셀린느가 그를 본다. 꿈꾸는 듯하다가 진지해지곤 하는 눈빛들과, 스스로를 거침없이 표현하고 부딪치고 교감하는게 좋았다. 골목길에서 발걸음을 멈출 때나 대화 사이에 잠깐 정적이 흐를 때 숨을 죽였다. 아련한 기분이 젊음에 대한 그리움이나 아쉬움일까 잠시 생각해 봤다. 사회에 적응하면서 내숭이 늘고 여전히 보수적이고 수동적인 면은 있지만 케미컬하기보단 물리적인 변..
뉴욕에 있을때 우디앨런의 맨하탄이나 애니홀을 봤듯이 글래스고에서 스튜어트 머독(벨앤 세바스찬의 리더) 의 God Help The Girl 을 봤다. 영화에 대해 말하자면 후기 중에 줄거리가 도통 이해가 안된다는 걸 봤는데 음악 영화는 음악 영화로 봐야한다고 본다. 솔직히 줄거리라 하면 거식증은 좋지 않아요~ 친구들과의 우정과 예술로 승화승화~ 또는 to James, Everything is about timing. 정도. 나는 이브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영상은 산뜻하고 예쁘다. 일본에서 좋아할 법한 귀여운 패션을 소화하는 에밀리 브라우닝도 매력 있고. 도시에 이야기가 있다는 건 멋지다. 에딘버러만큼 옛스럽지도 않고 큼직하고 벅적대는 이 도시에 대한 인상이 바뀌었으니까. 벨앤 세바스찬의..
Le Rayon Vert 사실 인생에서 확실성을 지닌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녀의 불안, 섞이지 못하는 슬픔과 경멸, 결벽에 대해 에릭 로메르는 가감없이 그리면서도 따뜻하고 애정어린 시선을 유지한다. 불확정성이 더이상 아름답지 않다고 느낄때가 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따스한 시선을 받는다. 다음 주에는 녹색 광선을 보러 가기로 했다. 아마도 울지는 않겠지만.
오래된 시간이 지니는 가치를, 그것이 가장 크리티컬하게 어긋나는 여배우의 주름 위에서 논한 영화. 영화를 봤던 몽롱한 시간대와 더불어 산등성이를 넘는 뱀같은 구름의 영상이 몽환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다. 쥴리엣 비노쉬이기에 출연할수 있지 않았을까. 새벽 세시에 영화관을 나와서도 한참동안 친구랑 영화 후 토크를 이어갈만큼 건드린 부분이 많았다. 좀더 잘 정리해두고 싶었는데 여유가 없다고 미루다 까먹을것 같아서 우선 끄적여 둬야지. 개인적인 메모 - 이란 동화에서 "시간의 흐름을 한 드레스를 만들어 주세요" - 먼지가 쌓여있을거 같은 오랜 책들, 시간의 장벽을 넘어선. 안전주의자인 나는 클래식을 좋아할수밖에 없다. 가장 잔인한 "시간"이란 심사대를 넘어선 작품들은 어쩌면 이미 창조자를 뛰..
처음 봤을땐, 이해할 수가 없었다. 레오 까락스가 스물여섯에 만든, 엄청 오래된 영화. 그 감각을 따라가기가 힘든건 영화의 나이가 많아서는 아닌것 같았다. 그때부터 시간을 두고 몇번이나 영화를 다시 보게 되는건, 나는 언제나 따라잡고 싶었다. 레오 까락스이고 싶고 쥴리엣 비노쉬이고 싶었다. 데이빗 보위의 모던러브에 맞추어 절룩거리기도 가슴을 움켜쥐기도 질척이기도 하며 뛰어가는 드니 라방의 몸짓기지개를 펴고 몽롱한 눈빛으로 앞머리를 후후 불거나 벙어리장갑을 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고 귓속말을 속닥이는 줄리엣 비노쉬의 사랑스러움오토바이를 탄 천사 쥴리 델피도 빼놓을 수 없다.
정말 멋진 영화다. 12년 동안 찍었다는걸 너무 강조해서 지루할까봐 걱정했었는데 리차드 링클레이터는 기대보다 센스넘치고 시야가 넓은 감독이었다. 소년의 성장담, 이라고 아주 짧게 줄여 말할수 있겠지만 안나 카레니나가 어느 유부녀의 바람담이라고 하기엔 많은 것들이 담겨있듯 이 영화는 인생을 닮는데 성공했다. 드라마처럼 극적이지도 다큐멘터리처럼 건조하지도 않게 카메라는 소년의 삶을 유연하게 따라간다. 메이슨은 똑똑한 엄마와 사고친 아빠 사이에 태어나 엄마의 재혼에 따라 여기저기 이사 다니느라 바쁜 유년기를 보내는데, 그 과정에 일어난 일들에 상처를 받기도 불만을 표현하기도 참기도 하면서 눈과 마음에 많은 것을 담는다. 그 자아가 고등학교때 깨어나기 시작할 때는 약간 감동이었는데 자신만의 세계에 괴짜같은 집착..
시대극이나 비극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영화는 광고하는 대로 장예모와 공리의 영화이므로 내겐 선택권이 없었다. 아직 낮 햇살은 따뜻한 10월의 휴일날 한정거장 정도 걸었고 영화관에 도착해서 자리에 앉자 내 친구는 곧바로 곯아 떨어졌다. 영화 시작 전까지 두 번 정도 깨웠지만 많이 피곤한듯 하여 내버려 두기로 했다. 애틋한 시선을 거두어 스크린으로 고개를 돌리니 영화가 시작됐다. 이 영화는 문화 대혁명 시기에 반동 분자로 몰려 끌려간 남편을 기다리는 부인(공리 역)의 이야기다. 십년 동안의 남편의 부재, 꿈을 접어야 하는 딸의 아버지를 향한 원망, 그런 중에도 남편을 존중하는 부인 등 가족의 비극을 비교적 잔잔하게 그려나간다. 극적인 장면이라고 하면 격동기가 지나고 억류에서 풀려나 집에 돌아온 ..
원제는 '분재'다. 소설 원작이라는걸 감안하더라도 감독의 문학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영화다. 문학과 신입생의 사랑과 그 8년 후의 남자의 모습을 번갈아 비추는데 전반적으로 파스텔톤의 포스터처럼 보송보송하진 않다. 군더더기 없고 사색적인 편이며 시대적으로도 (이건 같이간 사람이 말해준 이야기) 밝은 시절이 아니기에 내가 기억하는 청춘과 닮아있다. 프루스트는 영화 내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된다기 보다는 어떤 상징적인 존재로 나오는데 잔인하고 bluffing 가득하며 풋풋한 젊음을 그리는데 쓰였기에 용서해줄만 하다. 나중에 여유가 된다면(그리고 번역이 나와있다면) 원작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겠지 싶다. 건대 씨네마테크에서 조조로 보았는데 처음 가본 영화관이었다. 프루스트의 책을 읽을 때처럼 자리를 조금 뒤척인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