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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감각의 기억 (69)
달과 나
아름다운 계절이다. 수면 위에 비치는 햇살처럼 저 너머에 보이는 산과 나무, 바람에 알알이 주름지는 수면을 가로지를 때 살갗을 스치는 물 쌀쌀한 공기를 뚫고 통통통 걷는 너의 손을 잡고 들어간 사우나의 따뜻한 공기와 나무 냄새
시대가 지난 노래도, 고전이 된 노래도, 신곡도 어색하지 않은 곳. 내 머리속에 저장된 목록보다 훨씬 풍부한 풀로 계절과 날씨와 하루중 시간에 가장 어울리는 음악을 추천해 주는 곳. 과다한 자극에 피로해진 눈을 쉴 수있게 해주는 곳. 오전 아홉시에 만날 수 있는날은 많이 줄었지만 어쩌다 혼자로 나온 아침에 틀면 언제나 후회되지 않는 음악앨범. - 내가 좋아하는 6월에 첫 곡은 특히. Pictures of you.
수면 교육을 위해서는 밤중 수유에 불을 켜지 않고 (아기의 바이오 리듬에 밤이라는 것을 인식시켜 주기 위해서) 가급적 말을 걸거나 하지도 않고 먹이고 트림시키고 재우게 한다. 오늘도 새벽 세시가 조금 넘자 눈을 뜨고 두리번 거리길래 밥을 주고 조금 안고 있다가 어깨에 얼굴을 대게 하고 등을 두드려서 트림을 시키기 시작했다. 수면용 스와들업을 입은 아가는 팔도 몸도 다리도 아메바처럼 한덩어리로 싸여져서 참 귀여운데 내 어깨에 매달리면 동그랗게 옷주름이 진 등이 보인다. 가스가 빠질때까지 한쪽 손으로 통통 두드리면 졸다가 낑낑대다가 트림을 하고 그러고 나서야 다시 침대로 돌아갈 수 있다. 그 전에는 일분이라도 더 많이 자려고 빨리 트림하기만을 기다리던 시간이었는데 단유하던 그날 밤 이후로 사랑하는 시간이 되..
아주 좋았던 순간의 기억은, 그 찰나의 감각의 기억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라고 묻던 때가 있었다. 기록해 두지 않으면 모든게 사라질 것만 같아서 강박적으로 기록하던 때도 있었다. 지금도 그 답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기록도 크게 의미가 있지는 않다는걸 알아서 (기록해 두고 보지 않으므로) 또는 그 순간을 오롯이 즐기는데 집중하고 싶어서 등의 이유로 저절로 어느 정도 균형이 맞춰졌다. 가끔 완전한 순간을 맞이한다. 오늘 오후에 햇살 무늬가 파란 바닥에 그리는 빛 그림자를 따라서 헤엄치던 수영장의 물 속처럼. 아직 차가운 바닷 바람과 봄과 여름을 넘실거리는 동쪽의 햇살과 물의 감촉 그 사이에서 내 몸은, 내 세포는 아주 만족한 상태에 다다르는데 그러고나면 잔잔한 행복이 몰려온다. 그러고 오늘 하루는..
며칠 전에는 이틀 연속으로 신비로운 꿈을 꾸었다. 한 번은 건너건너 알게 된 사람의 집에 여럿이 놀러가 있었는데 수영장이 있었다. 처음에는 목욕탕처럼 보이기도 하는 실내 수영장처럼 생겼는데 수영을 시작하자 문이 열리고 바다로 연결되었다. 다른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수영을 했는데 무척 기분이 좋았다. 다음 날인가는, 바닷가에 있었는데 고래가 나왔다. 아주 수면 가까이까지 와서 커다란 꼬리를 물 밖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해변까지 밀려와서 다시 바다로 밀어줘야 하는 고래도 있었다. 만져보거나 할 정도로 가까운건 아니었지만 내게 고래가 가지는 기분좋은 느낌이나 몽환적인 분위기로 보아 행운이 몰려오는 듯 했다. 요 며칠 항히스타민제를 어쩔 수 없이 복용하다보니 잠이 몰려올 때가 많고 한번 잠들면 무척 깊이 잔다..
기말고사이거나 방학 중에 맞게 되는 내 생일에 대한 불만은 어릴때부터 많았다. 맨날 백점맞던 시험에서 몇개 틀려서 속상한데 집에서 한소리도 들었던 날이 생일이었다든지, 마음도 진흙탕 속에서 뒹구는데 집가는 길에 비까지 쏟아져서 쫄딱 맞고 간다든지, 자잘하게 서러웠던 기억이 많다- 고 여겼었는데 과연 그런걸까. 어릴 때는 징크스니 운명이니 별별 이유를 다 갖다붙이는 드라마퀸이었는데 지나고나니 심플해 보인다. 난 그냥 여름 이맘때가 몸에 안맞는것 같다. 에어컨 켜진 실내에 있어도 더위에 더해지는 습한 기운은 살성에도 안맞고 기분도 별로고 입맛도 없고 그렇다. 습도가 100%가 되면서 장마가 시작되는 시기에 피크를 맞는다. 불쾌지수가 높다라는 표현이나 더위를 탄다는 말도 쓰지만 그것보다 좀더 내면적이고 육체적..
사실 카레를 맛있게 해줄만한 부가적인 요인이 많기는 했다. 자리에 앉았을때 창 너머로 반짝거리는 해질녘의 바다라든가 바로 위층에 아늑하고 세련된 숙소라든가 사람없는 조용함이라든가. 먹었던 시점이 꿀물같았던 짧은 휴일 중이었다든가. 그런데 그거 빼고 생각해봐도, 예를들면 서울 아파트 상가에 있다고 해도 갈거같으니까 맛있다고 해야겠다. 먹을땐 감탄하면서 먹을 정도의 카레는 아니었는데 먹다보니 카레를 먼저 다 긁어먹어서 리필을 받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일본식 고체카레 같은데 야채가 많이 들어있고 내가 시킨건 계란 카레였는데 토핑으로 오믈렛화된 계란이 들어있다. 오믈렛에 치즈는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을것 같다. 미칠듯이 맛있진 않았는데 때때로, 오늘같이 해가 늘어지는 오후 시간에 미친듯이 생각나는 카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