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요가
- 우디앨런
- 여행
- 유머
- 지혜.고.지
- 커피
- 이현우의 음악앨범
- 향수
- 음악앨범
- 루이말
- 헤스페리데스
- 미움받을 용기
- My Dinner with Andre
- 향
- 영화
- Pink martini
- 잉마르 베르히만
- 음식
- Julie Delpy
- 헤나
- 왕가위
- 붕어건
- 이현우
- 뉴욕
- 라디오
- 맨하탄
- 비틀즈
- 고양이
- 아나스타샤 크루프닉
- 만화
- Today
- Total
목록숨 (5)
달과 나
약속 시간은 7시 오페라 극장 앞. 지하철을 타려다 멀지 않아서 걷기로 했다. 거리는 아직 크리스마스의 설렘이 흔적처럼 남아있고 아직 남은 연말 휴일을 즐기는 연인과 가족들로 붐빈다. 머리 위에 반짝이는 조명들과 테라스에 나와 앉은 사람들로 보도가 넓은데도 꽤 복작거렸다. (옛날에 명동 거리 같기도 했다) 느긋하게 가다보니 시간이 촉박해서 살살 뛰기 시작했다. 12월 답지 않게 적당히 차가운 밤공기에 베이지색 바지와 블랙 터틀넥 니트, 패딩 조끼를 걸친 몸은 가볍고 내가 살피거나 책임져야할 존재없이 나 혼자, 이곳에 나는 이방인이다. 투어를 위해 뛰어가는 15분의 시간이 이렇게 낯설고 기분좋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유모차와 아가들이 보일때 마다 눈을 돌리지만 귀여운 아기가 인형처럼 폭 싸여있기라도 하면..
1.5세기가 되어가는데 아직도 미완공인 건축물이 있단다. 73세의 외로운 예술가가 생의 마지막까지 혼을 바쳤고 그 정신이 다음 세대의 예술가로 이어져서 살아 숨쉬고 있는 곳. 아마도 그래서일거야. 고개를 들고 클래식도 모던도 아닌 삐죽삐죽한 탑과 몇 개의 탑 꼭대기에 놓인 앙증맞은 과일뭉치들을 보며 갑자기 울컥해온 건. 사실은 말이야, 엄마는 처음엔 그렇게 내키지가 않았어. 예전에 먼저 다녀온 사람이 예의없이 남발하는 후기에 어쩔수없이 대응을 해줘야할 때도 있었고 모두가 하도 극찬을 하니 그냥 거부감이 먼저 들기도 했었나봐. 이번에 비행기에서 우연히 건축물과 건축가의 열정에 대한 52분의 짧은 다큐를 보고 가이드 투어에서 그 건축가를 정말 아끼는 사람의 소개를 듣고 그의 이전 작품들을 보고나자 조금씩 이..
어린시절에 멀리가는 여행에 대해서 아이가 기억을 하나도 못하니까 별로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물론 긴 비행시간과 경비, 엄마아빠의 체력 등 효용을 따져봐야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과 별개로 나는 감각의 기억은 어딘가에 저장이 된다고 생각한다. 언어화된 학습이 거의 없는 시기기 때문에 감각의 경험이 development에 영향을 주는 전부일테니 더욱 중요한게 아닐까. #. 논외로, 많은 육아서를 보지 않았지만 아기를 낳고 가장 충격이었던 내용은 아기에게 중요한건 부드럽고 따뜻한 엄마(혹은 아빠)의 손길과 목소리라는 것이었다. 시력도 아직 발달하기 전이라 눈도 보이지않고 혼자 손도 마음대로 못움직이는 꼬물이에게 중요한건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 톤, 손길의 부드러움, 냄새가 전부여서 그것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어쩌면 내게 중요한 건 어떤 추상적인 무언가보다, 매일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손이 닿고 같은 공간을 향유하며 누적되는 순간들인가 보다. 그러한 순간들의 합이 삶이기 때문에. 결국 내게 중요한건 삶과 그 안에서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의 balanced proportion 인 것이다. 삶의 Objective 는 크게 보아 5년 뒤, 10년 뒤의 막연한 vague한 그림자로 존재할 뿐 그것을 위해 오늘의 하루를 희생하기란 쉽지 않다. - 그랬던 것은 아마도 입시 때가 마지막
내 인생에 첫 감정과 감각과 인지와 삶을 선물한 너에게 나는 무엇을 더주고 덜주어야 할까. 매일 기록하지 못한 이유는 귀찮거나 피곤하다는 핑계가 가장 컸지만 어쩌면 하나하나 되짚어 가면서 사랑이 너무 깊어질까 두려워서도 있다. 언어로 인지된 감정은 가속되어 버려서 가끔은 과장되거나 억지로 옳지 않은 것을 합리화를 하기도 한다. 과잉된 감정이 지나치게 뜨거워서 너에게 냉정해야 할 때조차 식지 못할까봐, 그게 결국 나를 좀먹고 너를 망칠까봐 한걸음 물러설 때가 많다. 다만, 하루하루 눈부시게 성장하는 너의 목소리와 눈빛과 머리카락이, 나를 사랑해주는 순간들이 아쉬운건 어쩔까. 카메라를 들어도 기억하려해도 유한한 나의 뇌는 어떤걸 놓쳐버리고 말텐데. 이게 나의 행복을 위해 좋은 일일까? 이 거리를 나는, 어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