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나

Boyhood, 2014 본문

Art/영화

Boyhood, 2014

디아나§ 2014. 12. 4. 01:44





  정말 멋진 영화다. 12년 동안 찍었다는걸 너무 강조해서 지루할까봐 걱정했었는데 리차드 링클레이터는 기대보다 센스넘치고 시야가 넓은 감독이었다. 소년의 성장담, 이라고 아주 짧게 줄여 말할수 있겠지만 안나 카레니나가 어느 유부녀의 바람담이라고 하기엔 많은 것들이 담겨있듯 이 영화는 인생을 닮는데 성공했다. 드라마처럼 극적이지도 다큐멘터리처럼 건조하지도 않게 카메라는 소년의 삶을 유연하게 따라간다. 메이슨은 똑똑한 엄마와 사고친 아빠 사이에 태어나 엄마의 재혼에 따라 여기저기 이사 다니느라 바쁜 유년기를 보내는데, 그 과정에 일어난 일들에 상처를 받기도 불만을 표현하기도 참기도 하면서 눈과 마음에 많은 것을 담는다. 그 자아가 고등학교때 깨어나기 시작할 때는 약간 감동이었는데 자신만의 세계에 괴짜같은 집착도 반짝이는 샤나와의 연애도 좋았다. 철없던 아빠 (에단호크는 나이가 들어도 귀엽다) 가 대학 입학을 앞두고 호프집에서 던져주는 말들은 별게 없었지만 뭉클했고 엄마가 아들 앞에서 대책없이 울어버리는 장면도 좋았다. "Seize the moment 라고들 하잖아. 하지만 난 The moment seizes us 라고 생각해" 라고 말하는 여자애에겐 질투를 조금 했다. 영화를 본지 꽤 지난 지금도 스틸컷들이 친근한건 그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겪은 기분이라서 일거다.


  비포 선셋 때는 아니겠지만 비포 선라이즈 때는 이 영화를 찍고 있었겠구나. 인터스텔라가 사람들의 혼을 빼앗아갈 때 이 영화를 먼저본걸 후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