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요가
- 향
- 맨하탄
- Pink martini
- 커피
- 여행
- 왕가위
- My Dinner with Andre
- 이현우의 음악앨범
- 음악앨범
- 우디앨런
- 만화
- Julie Delpy
- 지혜.고.지
- 음식
- 아나스타샤 크루프닉
- 미움받을 용기
- 라디오
- 루이말
- 비틀즈
- 향수
- 유머
- 잉마르 베르히만
- 붕어건
- 이현우
- 헤스페리데스
- 헤나
- 고양이
- 뉴욕
- 영화
- Today
- Total
목록영화 (10)
달과 나
오래된 시간이 지니는 가치를, 그것이 가장 크리티컬하게 어긋나는 여배우의 주름 위에서 논한 영화. 영화를 봤던 몽롱한 시간대와 더불어 산등성이를 넘는 뱀같은 구름의 영상이 몽환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다. 쥴리엣 비노쉬이기에 출연할수 있지 않았을까. 새벽 세시에 영화관을 나와서도 한참동안 친구랑 영화 후 토크를 이어갈만큼 건드린 부분이 많았다. 좀더 잘 정리해두고 싶었는데 여유가 없다고 미루다 까먹을것 같아서 우선 끄적여 둬야지. 개인적인 메모 - 이란 동화에서 "시간의 흐름을 한 드레스를 만들어 주세요" - 먼지가 쌓여있을거 같은 오랜 책들, 시간의 장벽을 넘어선. 안전주의자인 나는 클래식을 좋아할수밖에 없다. 가장 잔인한 "시간"이란 심사대를 넘어선 작품들은 어쩌면 이미 창조자를 뛰..
정말 멋진 영화다. 12년 동안 찍었다는걸 너무 강조해서 지루할까봐 걱정했었는데 리차드 링클레이터는 기대보다 센스넘치고 시야가 넓은 감독이었다. 소년의 성장담, 이라고 아주 짧게 줄여 말할수 있겠지만 안나 카레니나가 어느 유부녀의 바람담이라고 하기엔 많은 것들이 담겨있듯 이 영화는 인생을 닮는데 성공했다. 드라마처럼 극적이지도 다큐멘터리처럼 건조하지도 않게 카메라는 소년의 삶을 유연하게 따라간다. 메이슨은 똑똑한 엄마와 사고친 아빠 사이에 태어나 엄마의 재혼에 따라 여기저기 이사 다니느라 바쁜 유년기를 보내는데, 그 과정에 일어난 일들에 상처를 받기도 불만을 표현하기도 참기도 하면서 눈과 마음에 많은 것을 담는다. 그 자아가 고등학교때 깨어나기 시작할 때는 약간 감동이었는데 자신만의 세계에 괴짜같은 집착..
한국말로 쓰는 어감도 좋아서. 라는 영화가 있었다. 뮤지션 밥 딜런의 생애를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낸 전기 영화였는데 밥 딜런의 시기 별 아이덴티티를 일곱명의 다른 배우가 맡아서 연기했다. 히스 레저부터 크리스천 베일, 리처드 기어, 케이트 블란쳇까지 무척이나 매력적인 배우들이 동등하게 등장한다. 여기서의 '동등함' 이란 뒤에 나온 배우나 더 나이든 밥딜런을 연기한 배우가 더 우월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물론 음악적 완성도라는 일측면에서는 방향성을 찾을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각 캐릭터들은 거의 병렬적이다. 예전에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을 갔을때, 관람객을 대상으로 하는 아트 프로젝트가 있었다. 계단 없이 둥글둥글 돌아가는 뮤지엄을 따라 올라가며 한..
시대극이나 비극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영화는 광고하는 대로 장예모와 공리의 영화이므로 내겐 선택권이 없었다. 아직 낮 햇살은 따뜻한 10월의 휴일날 한정거장 정도 걸었고 영화관에 도착해서 자리에 앉자 내 친구는 곧바로 곯아 떨어졌다. 영화 시작 전까지 두 번 정도 깨웠지만 많이 피곤한듯 하여 내버려 두기로 했다. 애틋한 시선을 거두어 스크린으로 고개를 돌리니 영화가 시작됐다. 이 영화는 문화 대혁명 시기에 반동 분자로 몰려 끌려간 남편을 기다리는 부인(공리 역)의 이야기다. 십년 동안의 남편의 부재, 꿈을 접어야 하는 딸의 아버지를 향한 원망, 그런 중에도 남편을 존중하는 부인 등 가족의 비극을 비교적 잔잔하게 그려나간다. 극적인 장면이라고 하면 격동기가 지나고 억류에서 풀려나 집에 돌아온 ..
꽤 오래 전부터, 여기저기서 추천을 받았었는데 이제야 보았다. 책이든, 영화든, 언제보아도 좋은건 좋지만 때가 있는것도 맞다. 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고 역시나 흡수하듯 영화 하나를 잘 먹었다. 영화를 보았다, 라는 표현을 쓰기 망설여지는 것은 정말 좋은 영화들은- 감상할 땐 시각이 물론 주가 되긴하지만 그외 청각, 촉각, 후각이 어우러지는 일상에 녹아들기 때문에. 찾다보니 외국 포스터가 맘에 든다. 독특한 구성과 진부하지 않은 줄거리에 관해 들었었지만 시간의 기억을 조각조각 잘라 앞뒤 아닌 순서로 엮어가며 들려주는 썸머와, 그녀의 톰에 대한 이야기는 역시 흥미로웠다. 썸머는 너무나 매력적이고 불안정하며 어쩔수 없이 썸머다. 그녀의 선택을, 충동을, 상처를 누가 blame할 수있을까. 고양이같이 새초롬하..
난 언제나 그때그때의 음악, 그때그때의 그림, 그때그때의 영화를 중요시한다. 어느날은, 아티제의 따뜻한 수프를 먹어도 달래지지 않길래 우디앨런의 영화를 추천받았다. Everyone says I love you는 그날의 내 감성에 100% 는 아니었지만 마음 따뜻해지는, 딱 우디앨런스런 영화라는건 분명하다. 뉴욕의 사계절과 맨하탄, 파리,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사랑과, 변하는 사랑과, 다시 만나거나 헤어진채로 아름다운 사랑을 말한다. 그 가운데 우디 앨런은 또 투덜대며 있다. 주인공인 여자아이의 아빠인, 뉴욕에 살다 홀로 파리로 떠난 이혼남으로 나오는데 아래 처음 등장하는 장면을 보자마자 웃음이 나왔다. 우디앨런은 그런 존재다. 또 어떤 군소리를 종알종알, 낭만과 현실사이에서 불만을, 그럼에도 사랑스러운 이..
공허하고 또 공허하다. 그가 멀리 있거나 친구들이 바쁜 탓에, 혹은 요즘 부쩍 정신없는 내 일상 중에 혼자있을 떄가 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그가 온다는 연락에 활력을 얻은건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꽃이 피고 햇살이 서늘하던 공기를 넘칠만큼 채우고 빛은 동공을 작게만들수 있는 한계까지 눈부시다. 그런데도 빈다.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와 거울을 쳐다보기도 싫어지는 권태가 있다. 그래서 잔인하다. 왕가위의 영화는 빛이 아주 많다. 소리도 많고 눈이 마주치는 순간이나 커피를 마시는 1초도 과장되리만큼 길다. 색은 느끼할만큼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배우는 온 감성을 담은 눈빛을 들어 응시하며 음악은 육즙이 아주 풍부해서 감칠맛이 넘친다. 해부학적인 위의 주림이나 혀끝의 감각보다도 영혼이 자꾸 새는 요즘..
아이삭은 직장에서 대중 문화의 가벼움에 대한 비판을 늘어놓다 잘리고 ("30초동안 영웅이었지만 이제 난 실업자가 됐어!") 헤어진 두번째 아내는 그에 대해 속속들이 파헤치는 책을 내는데다 현실성 없는 열일곱살의 연인으로부터 적극적인 대시를 받는다. 보기만해도 정신없는 일상 중에 자신과 세상을 향해 염세주의적인 농담을 날려대는 이 아저씨는 우디 앨런이 직접 연기했는데 1979년 작인데도 꽤 세련된 매력이 있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우유부단하고 소심하고 겁쟁이지만 예술을 사랑하고 자신에게 닥친 불운을 위트있게 표현해낼 줄 안다. 사랑이 변하고 세상은 속물이 넘친다는걸 누누히 알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결국 진실한 감정 앞에 솔직하게 작아질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우디 앨런은 이 영화를 통해 많은 불운과 결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