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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one says I love you, 세번째 우디앨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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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one says I love you, 세번째 우디앨런

디아나§ 2010. 10. 29. 00:51

  난 언제나 그때그때의 음악, 그때그때의 그림, 그때그때의 영화를 중요시한다. 어느날은, 아티제의 따뜻한 수프를 먹어도 달래지지 않길래 우디앨런의 영화를 추천받았다. Everyone says I love you는 그날의 내 감성에 100% 는 아니었지만 마음 따뜻해지는, 딱 우디앨런스런 영화라는건 분명하다. 뉴욕의 사계절과 맨하탄, 파리,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사랑과, 변하는 사랑과, 다시 만나거나 헤어진채로 아름다운 사랑을 말한다. 그 가운데 우디 앨런은 또 투덜대며 있다. 주인공인 여자아이의 아빠인, 뉴욕에 살다 홀로 파리로 떠난 이혼남으로 나오는데 아래 처음 등장하는 장면을 보자마자 웃음이 나왔다. 우디앨런은 그런 존재다. 또 어떤 군소리를 종알종알, 낭만과 현실사이에서 불만을, 그럼에도 사랑스러운 이야기들을 들려줄까 기대하게 한다.



  영화의 리뷰라는 것에 대해선, 상당히 회의할수밖에 없는 것이 - 읽는것은 좋아하지만 - 그 만남 자체가 굉장히 개인적인 것이고 또 그래야만 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추천받고 추천받기위해 찾아보는 때는 있지만 막상 내가 쓰자고 하면 줄거리라든가 이 영화가 무엇을 비추고있는가를 따라가다가 정작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걸 놓쳐버리고 만다. 중요한게 뭐냐고? 오늘 아침에 읽은 니체가 말했듯이, 여행자의 최고등급인, '내 생활속으로 얼마나 가지고 돌아올수 있느냐' 를 말한다. 영화를 보고 너~무 좋았어. 어느어느 장면은 정말 말할수없이 아름답더라. 이런거 좋지만 내가 꿈꾸는건 생활속에 녹아드는 순간들이다. 예를 들면, 나는 이 삭막한 공간에서 종종 혼자먹는 저녁을 위해 국수집에서 볶음 우동을 포장해 오는데 그런 나의 시간은 <화양연화>의 수리췐이 있기에 처참하지 않다. 

  요즈음의 나는 감성과 순간들의 텍스트화를 자제하고있다. 시간을 아껴야 하는 때이기도 하지만 소모되지 않기 위해서이다. 아픔을 아파하다가, 슬픔을 슬퍼하다가. 정말 아름다운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는 그래서 말을 아껴야겠다. 저 둘은 주인공의 엄마 아빠로 오래 결혼생활을 하다 헤어졌고 여자는 남자의 가장 친한 친구와 결혼해서 뉴욕에서 여유롭게 살고있다. 영화 마지막에 둘은 크리스마스 무도회에서 도망쳐나와 수십년 전 일을 회상하며 입맞춘다. 돌이킬수 없는 일들이 약간은 아쉬운듯, 그럼에도 어쩔수없는 현실의 쌉싸름함에, 그럼에도 아름다운 파리의 밤을 배경으로 환상같은 춤을 춘다.


  하나더! 화자인 여자아이가 했던말 중에 "내가 뉴욕이 가장 아름다운건 가을이라고 했던가요? 오, 실수였어요. 가장 멋진 계절은 겨울이에요." 라고 말할때 얼마나 뿌듯하던지. 원래 좋아하는 계절이기도 하고, 뉴욕에서 내가 느껴볼수 있었던 유일한 계절이니까. 그리고 그게또 끝내주게 멋졌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