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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나
배냇짓을 시작한지는 조리원에서부터 꽤 되었는데 집에 돌아오고나서도 종종 웃곤하는 나의 아기. 배부르거나 편안할 때나 너를 존재로서 얼마나 사랑하는지 소곤소곤 말을 건넬 때 얼마나 활짝 웃어주는지. 그 아리송한 타이밍에 웃는 아가를 보면서 톨스토이 단편에 미카엘이 생각났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미카엘의 수수께끼 같은 정체 때문이었는지, 혹은 추운 겨울과 따뜻한 방의 대비, 부자와 가난한 자의 묘사가 인상적이어서인지 몰라도 좋아해서 어릴 때 여러번 반복해서 보곤했다. 어린이 버전으로 읽고 나서 조금 커서 원본을 보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집에 책이 없어서 결국 교보에서 주문을 했다. 벌거벗은 채로 구조된 뒤 구두방에서 일을 배워서 묵묵히 일하는 미카엘은 아무 표정도 없이 지내는 일상 중 몇년 사이에 세 번..
수면 교육에서 밤잠을 깨우지 않으려고, 혹은 기저귀 갈 때 찡찡대는 게 아래가 허전해져서인 줄 알고 빠르고 완벽하게 갈아주는 고민만 하느라 잊고 있었던 점들을 책에서 배우고 있다. 부드러운 터치, 아기와의 긴 눈맞춤, 속닥이는 말들 이런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너의 언어를 배우는 건 분석이 전부가 아니고 따뜻한 가슴에서부터의 전달이 시작인 것을. 시간에 쫓기지 말고, 울음에 다급해지지도 말고 조용하고 부드럽게, 일관성있고 침착하게. 통곡 없이 잠 잘 자는 아기의 비밀은 참 잘 쓰여진 책이다. 게을러서 느릿느릿 보고 있었는데 읽을수록 좋아서 속도가 붙고 있다. 보고 다시봐야겠다 싶어서 밑줄도 긋고 엄마한테 줄 책도 따로 주문했다.
.... 60일 된 둘째를 양육하는 시각 장애인 엄마의 집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집에 도착했을 때 아기는 곤히 자고 있었습니다. 아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엄마가 갑자기 "아기가 잠에서 깼어요."라고 말하며 아기 침대로 천천히 이동했습니다. 침대로 가보니 아기는 정말 깨어나 혼자 부스럭거리면서 놀고 있었습니다. 아기의 미세한 움직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없는 엄마가 작은 소리만으로 아기의 상태를 알아채는 모습이 놀라웠습니다. 자다 깬 아기의 기저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제가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었습니다. 엄마는 "나도 잘해요."라고 하면서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주었습니다. 깜짝 놀랄 정도로 부드러우면서 능숙한 솜씨로 기저귀를 갈아주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저는 평소 엄마들을 만나면 기저귀..
수면 교육을 위해서는 밤중 수유에 불을 켜지 않고 (아기의 바이오 리듬에 밤이라는 것을 인식시켜 주기 위해서) 가급적 말을 걸거나 하지도 않고 먹이고 트림시키고 재우게 한다. 오늘도 새벽 세시가 조금 넘자 눈을 뜨고 두리번 거리길래 밥을 주고 조금 안고 있다가 어깨에 얼굴을 대게 하고 등을 두드려서 트림을 시키기 시작했다. 수면용 스와들업을 입은 아가는 팔도 몸도 다리도 아메바처럼 한덩어리로 싸여져서 참 귀여운데 내 어깨에 매달리면 동그랗게 옷주름이 진 등이 보인다. 가스가 빠질때까지 한쪽 손으로 통통 두드리면 졸다가 낑낑대다가 트림을 하고 그러고 나서야 다시 침대로 돌아갈 수 있다. 그 전에는 일분이라도 더 많이 자려고 빨리 트림하기만을 기다리던 시간이었는데 단유하던 그날 밤 이후로 사랑하는 시간이 되..
내가 그린 그림은 새벽에 혼자 깨서 수유하는 조용하고 외로운 시간에 헤나가 있어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거였다. 예상했던 대로 다정한 헤나는 옆에와서 지켜보다가 소파에서 쪽잠을 잘 때 옆에 와준다. 긴 밤이 지나고 낮에 시터가 와서 안방에서 잠깐씩 자는 때에도 헤나는 따라들어와 함께 자준다. 이 또한 이기적이다. 헤나에게는 이 변화가 어떨지 생각도 하지 않고 그 유연한 적응력만 믿고 밀어붙였지. 변명하자면 많은 변화 속에서 계속 함께할 수 있도록 밀어붙이는 것만으로도 쉽지가 않았다. 그래도 괜찮아 함께 할 수 있으니까. 나의 오랜 친구
나의 욕망을 마음껏 펼쳐도 되는 곳이 적어질 수밖에 없는 건 상대에 대한 배려 나에 대한 경계를 줄이기 위한 선방이다. 오프라인에서 하기 어려운 일을 온라인에서 하기에는 관심에 대한 욕망이나 그 side effect에 대한 배짱이 부족하다. 너에 대한 사랑을 마음껏 표현할 곳이 거의 없어지는건 어느 정도는 나의 선택이지만 그래도 약간 외롭기는 하다. 마찬가지로 오프라인에서 하기 어려운 일을 온라인에 불특정 다수에게 하기에는 배려할 곳도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많다.
50년대에 태어나 격동하는 시대를 살아온 그들에게 우리가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 선생님은 그 시대의 잔인한 속도를 온전한 멘탈로 버텨낸 것 만으로도 훌륭하다 하셨다. Gift 없이는 좋은 사람이기 힘든 세대. 타고난 아주 낙천적인 기질이거나 타고난 배경, 재력에서 오는 여유같은 것들 없이는 흐트러질 수밖에 없는 시대였다. (물론 그러고도 가부장적이거나 불안정한 경우는 아주많이 있다) 여자에게는 특히 더. 20대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30대에도 쉽지는 않지만 포용해 보려고 한다. 나는 비슷한 유전자를 물려받고 전혀 다른 시대를 자랐으니까. 그 세대가 겪은 차별과 외로움을 물려받지 않(도록 배려받)고 자랐으니까. 지금 나의 나이도 체력도 버퍼를 가질 수 있으니까. 사랑받고 사랑할 존재가 곁에 있으니까.
# 진부하고 상투적인 모성애라든지 애착 모유수유 출산육아휴직 이 모든 것들은 내게 진부하고 상투적인 단어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 의미는 내 커리어를 옥죄거나 몸 컨디션과 라이프 밸런스를 교란시킬 변수로만 다가왔다. 책임감 없는 엄마가 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내 이기적인 선택인 만큼 주어진 의무에는 충실할 생각이었다.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너를 가져서 내가 잃고 얻게될 것들에 대한 손익계산을 했다. # 톨스토이 마치 종교와 삶과 인간과 사랑, 근면함과 데일리한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톨스토이가 도스토예프스키만큼 쿨하지 않게 느껴지듯이. # 첫 저 모든건 너의 첫 울음소리를 듣고 얼굴을 보는 처음 그 순간 얼마나 무의미한 것이 되었는지. # 첫2 크게 울지 않는 아기는 건강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호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