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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하루 (550)
달과 나
약속 시간은 7시 오페라 극장 앞. 지하철을 타려다 멀지 않아서 걷기로 했다. 거리는 아직 크리스마스의 설렘이 흔적처럼 남아있고 아직 남은 연말 휴일을 즐기는 연인과 가족들로 붐빈다. 머리 위에 반짝이는 조명들과 테라스에 나와 앉은 사람들로 보도가 넓은데도 꽤 복작거렸다. (옛날에 명동 거리 같기도 했다) 느긋하게 가다보니 시간이 촉박해서 살살 뛰기 시작했다. 12월 답지 않게 적당히 차가운 밤공기에 베이지색 바지와 블랙 터틀넥 니트, 패딩 조끼를 걸친 몸은 가볍고 내가 살피거나 책임져야할 존재없이 나 혼자, 이곳에 나는 이방인이다. 투어를 위해 뛰어가는 15분의 시간이 이렇게 낯설고 기분좋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유모차와 아가들이 보일때 마다 눈을 돌리지만 귀여운 아기가 인형처럼 폭 싸여있기라도 하면..
1.5세기가 되어가는데 아직도 미완공인 건축물이 있단다. 73세의 외로운 예술가가 생의 마지막까지 혼을 바쳤고 그 정신이 다음 세대의 예술가로 이어져서 살아 숨쉬고 있는 곳. 아마도 그래서일거야. 고개를 들고 클래식도 모던도 아닌 삐죽삐죽한 탑과 몇 개의 탑 꼭대기에 놓인 앙증맞은 과일뭉치들을 보며 갑자기 울컥해온 건. 사실은 말이야, 엄마는 처음엔 그렇게 내키지가 않았어. 예전에 먼저 다녀온 사람이 예의없이 남발하는 후기에 어쩔수없이 대응을 해줘야할 때도 있었고 모두가 하도 극찬을 하니 그냥 거부감이 먼저 들기도 했었나봐. 이번에 비행기에서 우연히 건축물과 건축가의 열정에 대한 52분의 짧은 다큐를 보고 가이드 투어에서 그 건축가를 정말 아끼는 사람의 소개를 듣고 그의 이전 작품들을 보고나자 조금씩 이..
내 아이를 나보다 낫게 키워내는 건 어떤 일일까. 학력이나 조건에 압도되지 않는 것. 지켜야 할 선이 있음을 알려주는 것. 잘했을 때 칭찬해 주는것. 슬픔과 좌절에 공감해 주는 것. 헤맬 때 최소한의 개입을 할 수 있도록 참을 줄 아는 것. 회복 탄력성을 키워 주는 것. 감정 코칭을 해줄 수 있는 것. 어때서가 아니라 존재 그 자체로 사랑한다고 말해 주는 것. 적당한 조언을 주되 서서히 독립해 나가도록 밀어내는 것. 그럼에도 가끔 지쳐 돌아오는 너를 받아줄 여유가 있는 것. 내가 더 많이 배우는 것 같다. 너의 해맑음과 끝없는 호기심과 두려움을 모르는 직진과 적극적인 감정 표현과 솔직함과 용기와 총명함과 실패를 딛고 서는 끈기와 스스로 달랠줄 아는 의젓함과 바다를 향한 상상력을
친구가 psychiatrist 여서 좋은 점은 현시점의 멘탈 밸런스가 무너졌는지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단 거다. 최근 몇 주 사이에 내 사진을 보내주더니 확실히 진단을 내려줬다. 병원에서 환자를 볼 때 가장 먼저 체크하는 것이 문 열고 들어오는 환자의 표정이라고 했다. 또 한가지는 수련의를 대상으로 하는 연수 강좌를 추천해줬는데 육아 타이밍에 딱 맞아서 오늘 아주 즐겁게 듣고있다. 면담 치료가 기본인 선생님들은 설명도 대개 다정하고 목소리도 아주 부드럽고 좋다. 차갑고 딱딱하고 논리적인데 목숨거는 우리 과와는 다르군. 결론은 친구에게 잘하자.
그러니까 결국 체력의 버퍼도 아니고 의지(멘탈)도 아닌 - SSRI로 해결되는 일인걸까. 멘탈은 결국 serotonin (a natual substance that helps maintain mental balance) 인걸까. 내가 부러워했던 그들은 피로를 덜느낄 우직한 몸과 외부의 감각에 예민하지 않은 무던함에 더해 mental balance를 가진 이들이었나보다. Brain 역시 몸과 연결된 장기이기 때문에 health 와 피로도의 영향을 받지만 그와 별개로 balance가 쉽게 깨지고 말고는 무엇일까. Brain resilience 에 더해 meta emotion, 또 이 하나가 내가 율이에게 키워주고 싶은 무언가가 될것 같다.
좋은 사람도 여자도 직업인도 아니었던 그 시절의 나에 대해서 다시 떠올리고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여전히 그렇게 유쾌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그런 상태였음은 인지하기로 했다. 제한된 삶의 경험과 좁다란 선택의 폭, 스테레오타입의 강요 속에서 physically sleep deprivation 과 overload가 더해졌을 때 탄생한 무언가. 더욱이 생명을 다루는 곳에서 철학이 부재하였을 때, 그것에 무디지 못한 자는 견디기 위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엄마는 충분히 존경받을 만한 존재이지만 시대에 희생된 여성의 한명으로서는 안타깝고 애처롭다. 그것은 나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었는데, - 그나마 다행인 것은 외할머니로부터 엄마에게 온 그것은 훨씬 심각하고 유독한 것이었는데 많이 흐려졌다는 ..
뒤늦게 찾아보다 모든 곳에 가기 실패한 연휴 그 첫날. 율율과 둘이 반나절을 보내야했는데 근처에 찾아둔 보석같은 카페가 열었길래 도전하기로 했다. 사장님 혼자 운영하시는 곳인데 그래서 메뉴는 약간 천천히 나오지만 커피와 곁들이는 모든 메뉴가 따뜻하고 맛있다. 아기의자가 없어서 친구하고만 가본 곳인데 그전에 왔을때 사장님께 아기 데리고 와도 괜찮다는 귀띔을 살짝 듣고 용기를 냈다. 유모차로 들어서기 어려운 문턱에서 부터 일차 위기를 맞았지만 다행히 율율 마음에도 들었나보다. 유모차에 앉은 채로도 한참 구경하다가 인테리어 중에 분홍색 헤드폰을 쓴 침팬지 그림을 맘에 들어하다가 마실나온 강아지와 인사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낮잠 시간에 되어 율이는 고래를 껴안고 행복하게 자러가고 나는 포장해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