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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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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디아나§ 2022. 10. 14. 21:17

배냇짓을 시작한지는 조리원에서부터 꽤 되었는데 집에 돌아오고나서도 종종 웃곤하는 나의 아기. 배부르거나 편안할 때나 너를 존재로서 얼마나 사랑하는지 소곤소곤 말을 건넬 때 얼마나 활짝 웃어주는지. 그 아리송한 타이밍에 웃는 아가를 보면서 톨스토이 단편에 미카엘이 생각났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미카엘의 수수께끼 같은 정체 때문이었는지, 혹은 추운 겨울과 따뜻한 방의 대비, 부자와 가난한 자의 묘사가 인상적이어서인지 몰라도 좋아해서 어릴 때 여러번 반복해서 보곤했다. 어린이 버전으로 읽고 나서 조금 커서 원본을 보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집에 책이 없어서 결국 교보에서 주문을 했다. 벌거벗은 채로 구조된 뒤 구두방에서 일을 배워서 묵묵히 일하는 미카엘은 아무 표정도 없이 지내는 일상 중 몇년 사이에 세 번의 환한 미소를 짓는다. 그 비밀은 이야기의 마지막에 알려주는데 그래봐야 단편이라 아주 길지도 않고 이야기의 제목에 대한 답은 쉽게 예상 가능하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톨스토이가 얼마나 위대한 작가인지 알게 해준다. 물질적인 궁핍과 풍파에 굳었던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풀어지는지, 때때로 사람은 앞날을 보지 못해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지, 그리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 그의 이야기는 아이가 보기에도 어렵지 않을만큼 쉽고 재미있고 이루 말할 수없이 따뜻하다.
나는 그의 책을 어릴 때 재밌게 읽었고, 단순하(게 보이)고 따뜻한 이야기가 멋있어보이지 않을 나이에 잠깐 떠났다가, 삶에 듬뿍 적셔지는 지금에 다시 본다. 인생을 가장 순수한 눈으로 볼 때와, 가장 현실에 가까운 눈으로 볼 때 매력적인 책이라니. 이번에 나는 세번째 미소의 비밀을 보면서 많이 울었다. 여름을 지나며 새로이 태어난 나의 두려움과 애틋함, 그러므로 세상에 부디 바라는 따뜻함을 따라가다보면 아직 믿지 못하는 신의 존재에 가까울 수도 있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