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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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터치

디아나§ 2022. 10. 1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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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일 된 둘째를 양육하는 시각 장애인 엄마의 집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집에 도착했을 때 아기는 곤히 자고 있었습니다. 아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엄마가 갑자기 "아기가 잠에서 깼어요."라고 말하며 아기 침대로 천천히 이동했습니다. 침대로 가보니 아기는 정말 깨어나 혼자 부스럭거리면서 놀고 있었습니다. 아기의 미세한 움직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없는 엄마가 작은 소리만으로 아기의 상태를 알아채는 모습이 놀라웠습니다. 

 자다 깬 아기의 기저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제가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었습니다. 엄마는 "나도 잘해요."라고 하면서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주었습니다. 깜짝 놀랄 정도로 부드러우면서 능숙한 솜씨로 기저귀를 갈아주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저는 평소 엄마들을 만나면 기저귀를 얼마나 부드럽게 갈아주는지, 아기와는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직접 보여주면서 설명합니다. 시각 장애인 엄마는 그렇게 하는 설명이 무색할 정도로 천천히 아기에게 닥가서, 아기 얼굴을 부드럽게 만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마에서부터 턱까지 손끝을 자연스럽게 움직이면서 이동하며 얼굴과 눈, 입술, 볼 등을 만져보고, 몸을 만져보면서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주었습니다.

 엄마에게 자신의 신체를 온전히 맡기듯이 힘을 이완시킨 아기는 엄마를 향해 빙그레 웃어주는 듯한 편안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습니다. 몸을 이완한다는 것, 온전히 신체를 타인에게 맡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지켜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수천 명의 아기들의 기저귀 갈아주는 모습을 봐왔었지만, 이런 표정으로 엄마를 쳐다보는 아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아기에게 모유 수유를 진행하는 과정도 너무나 자연스러웠습니다. 아기는 천천히 먹었고, 엄마도 천천히 수유하면서 기다려 주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 중에서도 가장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시각 장애인 엄마가 아기와 눈 맞춤을 하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눈을 바라보는 상호 작용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기의 작은 신음에 반응하면서 교감을 하였습니다. 

 

 - [통곡없이 잠 잘 자는 아기의 비밀] 중 제 2장 부드러운 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