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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나
어린시절에 멀리가는 여행에 대해서 아이가 기억을 하나도 못하니까 별로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물론 긴 비행시간과 경비, 엄마아빠의 체력 등 효용을 따져봐야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과 별개로 나는 감각의 기억은 어딘가에 저장이 된다고 생각한다. 언어화된 학습이 거의 없는 시기기 때문에 감각의 경험이 development에 영향을 주는 전부일테니 더욱 중요한게 아닐까. #. 논외로, 많은 육아서를 보지 않았지만 아기를 낳고 가장 충격이었던 내용은 아기에게 중요한건 부드럽고 따뜻한 엄마(혹은 아빠)의 손길과 목소리라는 것이었다. 시력도 아직 발달하기 전이라 눈도 보이지않고 혼자 손도 마음대로 못움직이는 꼬물이에게 중요한건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 톤, 손길의 부드러움, 냄새가 전부여서 그것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어쩌면 내게 중요한 건 어떤 추상적인 무언가보다, 매일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손이 닿고 같은 공간을 향유하며 누적되는 순간들인가 보다. 그러한 순간들의 합이 삶이기 때문에. 결국 내게 중요한건 삶과 그 안에서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의 balanced proportion 인 것이다. 삶의 Objective 는 크게 보아 5년 뒤, 10년 뒤의 막연한 vague한 그림자로 존재할 뿐 그것을 위해 오늘의 하루를 희생하기란 쉽지 않다. - 그랬던 것은 아마도 입시 때가 마지막
내 인생에 첫 감정과 감각과 인지와 삶을 선물한 너에게 나는 무엇을 더주고 덜주어야 할까. 매일 기록하지 못한 이유는 귀찮거나 피곤하다는 핑계가 가장 컸지만 어쩌면 하나하나 되짚어 가면서 사랑이 너무 깊어질까 두려워서도 있다. 언어로 인지된 감정은 가속되어 버려서 가끔은 과장되거나 억지로 옳지 않은 것을 합리화를 하기도 한다. 과잉된 감정이 지나치게 뜨거워서 너에게 냉정해야 할 때조차 식지 못할까봐, 그게 결국 나를 좀먹고 너를 망칠까봐 한걸음 물러설 때가 많다. 다만, 하루하루 눈부시게 성장하는 너의 목소리와 눈빛과 머리카락이, 나를 사랑해주는 순간들이 아쉬운건 어쩔까. 카메라를 들어도 기억하려해도 유한한 나의 뇌는 어떤걸 놓쳐버리고 말텐데. 이게 나의 행복을 위해 좋은 일일까? 이 거리를 나는, 어떻..
시대가 지난 노래도, 고전이 된 노래도, 신곡도 어색하지 않은 곳. 내 머리속에 저장된 목록보다 훨씬 풍부한 풀로 계절과 날씨와 하루중 시간에 가장 어울리는 음악을 추천해 주는 곳. 과다한 자극에 피로해진 눈을 쉴 수있게 해주는 곳. 오전 아홉시에 만날 수 있는날은 많이 줄었지만 어쩌다 혼자로 나온 아침에 틀면 언제나 후회되지 않는 음악앨범. - 내가 좋아하는 6월에 첫 곡은 특히. Pictures of you.
전시가 열린다고 듣자마자 너무 보고싶어서 얼리버드 예약을 했었는데 결국 현실의 벽에 부딪쳐 못가고 10% 수수료를 뜯기며 취소했다. 연휴를 앞두고 다시한번 도전해볼까 싶어서 무려 아기를 데리고 전시 예약을 했다.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는 10여년 전쯤 뉴욕에서 만났다. 하고싶은 것들을 차마 입밖에 내보지 못하고 동경 속에 무작정 떠나왔던 그곳에서 지독하게 외로웠는데 휘트니 뮤지엄이었던가, 그곳에서 아마도 호퍼의 가장 유명한 그림들로 알려진 작품들을 보았다. 젊은 여자가 앉아있는 그림과 네모네모한 창문이 이어지는 빌딩 숲, 보도블록에 깔리는 그림자 같은 것들이 그려진 그림을 보면서 울었었나 아니면 마음으로 울었었나. 어떤 작품은 어느 정도이상 감정의 깊이가 깊어질때 더 가까이 만날수가 있는데 호퍼는 아마..
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기록에 매몰되지 않기위해 언어화를 아껴왔지만 부정적인 감정도, 긍정적인 감정도 언어화가 되지 않으면 애매모호 해져서 neutralize되버리고 만다. 문제는 긍정적인 감정의 경우 그럭저럭 좋은 감각의 기억 등을 남기며 또는 남기지 않으며 소멸되어 버리지만 부정적인 감정의 경우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나에게 완전 연소되지 않은 잿더미를 남기고 가기 때문에, 콜록이거나 주변에까지 여파가 생겨버리고 만다. 이제는 나의 기분과 감정이 누군가의 모든것이 되어버리는 때이므로, 쓰잘데기 없는 잿더미를 완전연소 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소한 것까지 언어화해서 구분지어 날리고 소중한 기억은 차곡차곡 적어서 밸런스를 잡아가야 한다. 이전에 나의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에 관한 웹툰이 있었다..
아기가 사랑스럽다는 사실과는 별개로 한명의 아기를 키우는 데에 (주양육자인 엄마의 밸런스를 위해서)는 많은 버퍼가 필요하다. 요즘 같이 핵가족화된 시대에는 국민템이라 불리는 육아 아이템이 도움을 준다고 하는데 그렇기도 하지만 워킹맘인데다 소위 말하는 조금더 예민한 (sensitive) 사람들에게는 사실 섬세한 조율이 필요하다. 나는 다행히도 좋은 여건 속에 있다. 아가는 순하고 좋은 이모님을 구할 수 있었으며 친정이 가까이 있고 남편은 가정적이다. 아기에게 수면교육을 하고 있으며 잘 따라와준 덕분에 하루 일정이 어느정도 가늠이 된다. 아기를 가지기 전부터 가지고 난 후 3분기까지도 꾸준히 운동을 해온데다 시간과 돈과 노력을 투자하기로 했기에 내 컨디션도 회복이 빠른 편이다. 결과적으로 몸과 마음에 밸런스..
내가 결정했으면서 다녀오는 첫날 밤에 기분이 좀 이상했다. 느즈막히 집에 도착하니 밤중 수유를 하고나서 트림시키려던 참이길래 받아서 안고 소파에 앉았다. 어둡고 아늑한 방 안에서 졸음이 쏟아져 내게 기대 웅크린 작고 동그란 등을 안고 토닥토닥이다가 정말 많이 울었다. 태어나자마자 잘 나오지도 않는데 온 힘을 다해 빨던 너를 기억해. 동그란 볼을 대고 열심히 먹던 너도, 실컷 먹고 기분좋게 배불러하던 너도, 안아주면 새가 모이를 쪼듯이 목이랑 가슴팍을 콕콕대며 조르던 너도 기억해. 울적할 때마다 찾을 만큼 좋아해줬는데 내 마음대로 끝을 결정해서 미안해. 그동안 좋아해줘서, 포기하지 않아줘서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