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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나
전시가 열린다고 듣자마자 너무 보고싶어서 얼리버드 예약을 했었는데 결국 현실의 벽에 부딪쳐 못가고 10% 수수료를 뜯기며 취소했다. 연휴를 앞두고 다시한번 도전해볼까 싶어서 무려 아기를 데리고 전시 예약을 했다.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는 10여년 전쯤 뉴욕에서 만났다. 하고싶은 것들을 차마 입밖에 내보지 못하고 동경 속에 무작정 떠나왔던 그곳에서 지독하게 외로웠는데 휘트니 뮤지엄이었던가, 그곳에서 아마도 호퍼의 가장 유명한 그림들로 알려진 작품들을 보았다. 젊은 여자가 앉아있는 그림과 네모네모한 창문이 이어지는 빌딩 숲, 보도블록에 깔리는 그림자 같은 것들이 그려진 그림을 보면서 울었었나 아니면 마음으로 울었었나. 어떤 작품은 어느 정도이상 감정의 깊이가 깊어질때 더 가까이 만날수가 있는데 호퍼는 아마..
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기록에 매몰되지 않기위해 언어화를 아껴왔지만 부정적인 감정도, 긍정적인 감정도 언어화가 되지 않으면 애매모호 해져서 neutralize되버리고 만다. 문제는 긍정적인 감정의 경우 그럭저럭 좋은 감각의 기억 등을 남기며 또는 남기지 않으며 소멸되어 버리지만 부정적인 감정의 경우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나에게 완전 연소되지 않은 잿더미를 남기고 가기 때문에, 콜록이거나 주변에까지 여파가 생겨버리고 만다. 이제는 나의 기분과 감정이 누군가의 모든것이 되어버리는 때이므로, 쓰잘데기 없는 잿더미를 완전연소 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소한 것까지 언어화해서 구분지어 날리고 소중한 기억은 차곡차곡 적어서 밸런스를 잡아가야 한다. 이전에 나의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에 관한 웹툰이 있었다..
아기가 사랑스럽다는 사실과는 별개로 한명의 아기를 키우는 데에 (주양육자인 엄마의 밸런스를 위해서)는 많은 버퍼가 필요하다. 요즘 같이 핵가족화된 시대에는 국민템이라 불리는 육아 아이템이 도움을 준다고 하는데 그렇기도 하지만 워킹맘인데다 소위 말하는 조금더 예민한 (sensitive) 사람들에게는 사실 섬세한 조율이 필요하다. 나는 다행히도 좋은 여건 속에 있다. 아가는 순하고 좋은 이모님을 구할 수 있었으며 친정이 가까이 있고 남편은 가정적이다. 아기에게 수면교육을 하고 있으며 잘 따라와준 덕분에 하루 일정이 어느정도 가늠이 된다. 아기를 가지기 전부터 가지고 난 후 3분기까지도 꾸준히 운동을 해온데다 시간과 돈과 노력을 투자하기로 했기에 내 컨디션도 회복이 빠른 편이다. 결과적으로 몸과 마음에 밸런스..
내가 결정했으면서 다녀오는 첫날 밤에 기분이 좀 이상했다. 느즈막히 집에 도착하니 밤중 수유를 하고나서 트림시키려던 참이길래 받아서 안고 소파에 앉았다. 어둡고 아늑한 방 안에서 졸음이 쏟아져 내게 기대 웅크린 작고 동그란 등을 안고 토닥토닥이다가 정말 많이 울었다. 태어나자마자 잘 나오지도 않는데 온 힘을 다해 빨던 너를 기억해. 동그란 볼을 대고 열심히 먹던 너도, 실컷 먹고 기분좋게 배불러하던 너도, 안아주면 새가 모이를 쪼듯이 목이랑 가슴팍을 콕콕대며 조르던 너도 기억해. 울적할 때마다 찾을 만큼 좋아해줬는데 내 마음대로 끝을 결정해서 미안해. 그동안 좋아해줘서, 포기하지 않아줘서 정말 고마워.
배냇짓을 시작한지는 조리원에서부터 꽤 되었는데 집에 돌아오고나서도 종종 웃곤하는 나의 아기. 배부르거나 편안할 때나 너를 존재로서 얼마나 사랑하는지 소곤소곤 말을 건넬 때 얼마나 활짝 웃어주는지. 그 아리송한 타이밍에 웃는 아가를 보면서 톨스토이 단편에 미카엘이 생각났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미카엘의 수수께끼 같은 정체 때문이었는지, 혹은 추운 겨울과 따뜻한 방의 대비, 부자와 가난한 자의 묘사가 인상적이어서인지 몰라도 좋아해서 어릴 때 여러번 반복해서 보곤했다. 어린이 버전으로 읽고 나서 조금 커서 원본을 보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집에 책이 없어서 결국 교보에서 주문을 했다. 벌거벗은 채로 구조된 뒤 구두방에서 일을 배워서 묵묵히 일하는 미카엘은 아무 표정도 없이 지내는 일상 중 몇년 사이에 세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