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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일상

에드워드 호퍼

디아나§ 2023. 6. 6. 21:09

 전시가 열린다고 듣자마자 너무 보고싶어서 얼리버드 예약을 했었는데 결국 현실의 벽에 부딪쳐 못가고 10% 수수료를 뜯기며 취소했다. 연휴를 앞두고 다시한번 도전해볼까 싶어서 무려 아기를 데리고 전시 예약을 했다.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는 10여년 전쯤 뉴욕에서 만났다. 하고싶은 것들을 차마 입밖에 내보지 못하고 동경 속에 무작정 떠나왔던 그곳에서 지독하게 외로웠는데 휘트니 뮤지엄이었던가, 그곳에서 아마도 호퍼의 가장 유명한 그림들로 알려진 작품들을 보았다. 젊은 여자가 앉아있는 그림과 네모네모한 창문이 이어지는 빌딩  숲, 보도블록에 깔리는 그림자 같은 것들이 그려진 그림을 보면서 울었었나 아니면 마음으로 울었었나. 어떤 작품은 어느 정도이상 감정의 깊이가 깊어질때 더 가까이 만날수가 있는데 호퍼는 아마도 그때였기에 좋아했던것 같다.

 오늘 아가에게 그래서 보여주고 싶었다. 엄마가 예전에 좋아한 작가야, 어떤 사진보다 뉴욕을 잘 담았지. 덕분에 오히려 낯설음을 한겹 벗기고 그 도시를 좋아할 수 있었단다. 언젠가 너의 인생에 이만한 깊이의 외로움이 찾아오면 엄마는 마음 한구석이 서늘하겠지만, 너만의 방식으로 건강하게 회복하길 기다릴게. 그런 유연성을 너에게 주었길, 그리고 줄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