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나

Buffer for a baby 본문

몇가지 레시피

Buffer for a baby

디아나§ 2022. 10. 22. 14:33

아기가 사랑스럽다는 사실과는 별개로 한명의 아기를 키우는 데에 (주양육자인 엄마의 밸런스를 위해서)는 많은 버퍼가 필요하다. 요즘 같이 핵가족화된 시대에는 국민템이라 불리는 육아 아이템이 도움을 준다고 하는데 그렇기도 하지만 워킹맘인데다 소위 말하는 조금더 예민한 (sensitive) 사람들에게는 사실 섬세한 조율이 필요하다. 나는 다행히도 좋은 여건 속에 있다. 아가는 순하고 좋은 이모님을 구할 수 있었으며 친정이 가까이 있고 남편은 가정적이다. 아기에게 수면교육을 하고 있으며 잘 따라와준 덕분에 하루 일정이 어느정도 가늠이 된다. 아기를 가지기 전부터 가지고 난 후 3분기까지도 꾸준히 운동을 해온데다 시간과 돈과 노력을 투자하기로 했기에 내 컨디션도 회복이 빠른 편이다. 결과적으로 몸과 마음에 밸런스를 예상보다 빠르게 찾았고 현재 순간의 소중함과 아기의 사랑스러움을 놓치지 않고 가고 있다. 업무에 복귀하면 다시 리듬을 잡아야겠지만 불확정성(unstability)의 비율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일 거라는 자신감이 생긴다. 이건 내 기질에서 매우 중요한데, 어느 정도의 trouble은 - 즐길 수 있다 vs. 꿈에 나올 정도이다 사이에서 - 미묘한 줄타기를 하는 강도의 스트레스 속에서 도전하고 타개해 나가지만 역치를 넘어버리는 순간부터는 무척 예민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날카로워지고 주변이 다치고 스스로도 무너진다. 무엇보다 아가에게 가는 눈빛과 손끝에 이 감정이 전달될 수 있는데 그건 정말 피하고 싶다.
지금의 나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건 내가 운이 좋고 일찍부터 주의를 기울였으며 이래저래 잘 조율된 편이어서 그런거지 국가의 시스템이나 문화가 버퍼에 도움이 되준 면은 정말 일도 없다. 그렇기에 나라는 가임기 부부들에게 출산율 저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잔소리를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