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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Dear 헤나 (52)
달과 나
헤나 머리엔 삐죽이가 한두개쯤 있는 편인데 어느날 보니 여러개가 뿅뿅 올라왔길래 이게 뭐지 하고 잡았더니 쑥 빠진다. 설마 하고 하나하나 뽑아봤더니 슉슉슉 뭉텅이로 계속 빠진다. 본격적인 털갈이의 계절.. 털을 아주 뿜는구나.
집에 돌아와보니 헤나 코옆에 좁쌀같은 까만점이 붙어있길래 떼주려고 했는데 묻은게 아니라 피가 엉겨붙은 거였다. 여드름인가 해봐도 잘 나는 위치가 아니다. 늦게까지 하는 병원을 찾아갔다. 간단한 진료 후에 외상에 의한 것이라는 결론. 주사 두대맞고 항생제를 받아왔다. 가기 전부터 혹시나 했었는데 결국 헤나는 서열에서 밀리는것 같다. 어쩌면 처음부터 그랬는데 헤나가 봐주는 거라고 나만 넘겨왔었는지도 모르겠다. 덩치도 더 크고 나이도 더 많고 당연히 첫째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참을성 많은 고양이는 나보다 태연해보인다. 유연한 적응력은 늙지 않았을까. 나와의 삶에는 만족하고 있을까. 나는, 헤나의 나이듬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까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나의 유일무이한(날라미안) 첫 고양이를 괴롭히는 존재가 오..
집에 있는동안 스트레스를 받긴 했나보다 약을 먹어야지. 5.6kg
헤나와 나의 공통점이 한가지 있다면, 호기심에 가득찼을때의 표정이 예쁘다는 것이다. 예를들면 헤나가 올림픽공원에 장미 꽃밭은 산책할 때라든가, 내가 새로운 자극이나 공감을 발견했을때. 평소에 헤나를 보면 아무리 사진을 찍어도 게슴츠레한 눈이 졸려보이는데 장난감을 흔들거나 밖에 나가서 새로운 감각에 노출될때면 눈이 초롱초롱 꼬리도 바짝 세워서 이목구비가 뚜렷해진다. 내 표정은 잘 모르고 살다가 최근 사진작가로부터 지적 받아 알게되었다.
그들이 인간에게 제법 절실하게 의지해오려 하는 때는 오직 새끼 낳을때가 가까운 때였다. 할아버지나 아빠가 상자에 낡은 이불이나 옷가지를 깔아 마루나 부엌 한켠에 두면 어미는 그곳에 기꺼이 들어가 앉아 네 마리나 다섯 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았다. 눈도 못뜬 채 꼬물거리는 자그마한 생명체가 미야오거리며 어미 젖을 찾아 빠는걸 바라보는건, 어린 나의 세계에서는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두배로 앙칼져있는 어미고양이의 경계를 받아야 했지만.. 할머니는 주인으로 인정했지만 하염없이 선망의 눈길을 보내도 꼬마애인 나를 상대도 하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나는 한껏 neurotic 한 어미 고양이가 막연히 무척 아름답다고 느꼈다.
나이가 들어 죽을 때가 되면, 아니면 어딘가 아파오면- 이라고는 해도 확신할수가 없는 것이 그들은 한번도 약해진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추측컨대 그때가 되면 언제나 자신의 몸 상태를 먼저 알아차리곤 아무런 예고없이 조용히 집을 나갔던 것이다. 작별 인사 따위 질척인다는 듯이. 사실 집은 드나드는 곳이었기 때문에 집을 나갔다기보단 돌아오지 않았고 우리는 짐작을 할 뿐이었다. 영혼이 떠난 몸을 숨길 자유 또한 그들은 스스로 택했다. 이상하게 울음이 많았던 나도 그런때에 울었던 기억이 없다. 한자 교실이 문닫는 마지막 수업에서도, TV만화에서 둘리가 떠내려가도, 키우던 병아리가 죽어도 펑펑 울던 내게 좋아하던 고양이가 어느 순간 돌아오지 않는다는건 꽤 충격이었을 법한데. 자세한 데까지 기억은 나지않지만 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