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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나
처음 브로콜리 너마저를 들었을때는 그저 그랬다. 보편적인 노래나 앵콜요청금지가 흥미롭긴 했지만 첫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비슷한 분위기로 흘러가니 큰 굴곡없이, 대중가요처럼 귀를 중독시키는 맛도없이 흘러가서 그냥 듣다 말았다. 사랑에 빠지고 그게 달콤한 만큼 아픈 것임을 알면서 앨범의 노래가 하나씩- 약속이나 한듯이 정렬해서 하나하나씩 다가오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가사가 눈에 들어오고 보컬의 목소리들 쟁알쟁알 하는 발랄하고도 조금 슬픈 여운이 남는 연주들이 귀에 닿았다. 얼마전 미니홈피 배경음악이나 바꿔볼까 하고 브로콜리 너마저의 앨범을 찾았는데 지난 모든 감정선을 따라 담으려면 앨범을 통째로 사야한다는 걸 깨달았다. 앨범은 내 사랑 이야기가 되었다. (순서는 다음과 같다. 이웃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 ..
어느 날 방을 나서다가 열쇠를 탁자 위에 두고 온걸 깨달았다. 멀리까지 나간건 아니었지만 탁자까지 팔이 닿진 않으니 끼워넣은 부츠를 벗고 돌아가야 하는게 상당히 귀찮았다. 문득 앨리스가 떠올랐다. 루이스 캐럴은 에서 주스를 마시고 작아진 앨리스가 열쇠를 탁자 위에 두고 온 사실을 깨닫고 안타까워하는 장면을 그리면서 이런 종류의 경험을 떠올렸던게 아닐까.
아이삭은 직장에서 대중 문화의 가벼움에 대한 비판을 늘어놓다 잘리고 ("30초동안 영웅이었지만 이제 난 실업자가 됐어!") 헤어진 두번째 아내는 그에 대해 속속들이 파헤치는 책을 내는데다 현실성 없는 열일곱살의 연인으로부터 적극적인 대시를 받는다. 보기만해도 정신없는 일상 중에 자신과 세상을 향해 염세주의적인 농담을 날려대는 이 아저씨는 우디 앨런이 직접 연기했는데 1979년 작인데도 꽤 세련된 매력이 있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우유부단하고 소심하고 겁쟁이지만 예술을 사랑하고 자신에게 닥친 불운을 위트있게 표현해낼 줄 안다. 사랑이 변하고 세상은 속물이 넘친다는걸 누누히 알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결국 진실한 감정 앞에 솔직하게 작아질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우디 앨런은 이 영화를 통해 많은 불운과 결별..
루이 말 감독 Starring: Andre Gregory, Wallace Shawn 이 영화는 화자가 친구인 앙드레와 함께 식사를 하며 나누는 대화로 거의 대부분이 채워진다. 앙드레(오른쪽)는 예술계에서 제법 잘나가는 친구였으나 어느날 불현듯 모든 것을 때려치우고 잠적해 버린다. 화자와 오랜만에 만난 저녁 식사 자리에서 그는, 자신이 지금껏 깨닫지 못했던 진정한 삶의 행복과 몸의 욕구란 무엇이며 어떻게 자신을 구속하던 틀을 벗어나 이를 찾을수 있었는지 다소 황당할 정도의 과감함으로 이야기한다. 화자는 (앙드레의 말을 들을때 표정 변화가 죽음이다) 앙드레의 말에도 일리가 있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것은 일상의 아주 작은 소소한 것들, 일 나가기 전에 아내가 차려주는 밥상이라거나 휴일날 거리의 햇살과 같은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