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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나
Pink Martini 의 Hey Eugene이 잘어울리는 나날들이다. 3월 말이지만 늦장부리는 겨울 때문에 봄을 예감하기에 그치는 요즘. (나름 괜찮다) 걱정과 아쉬움과 미련이 있고 꼭 그만큼의 기대와 설렘, 여유가 있는 요즘. 딸기나 홍대의 상큼한 칵테일 바, 촉감과 색감이 맘에 드는 well-made 옷, 가끔 맛보고 싶은 질좋은 초코렛이 있는 요즘. 그가 보고싶어 아프기도 체념에 애틋하기도 작은 기대에 뛸듯이 기쁘기도 몽롱한 밤에 도곤대기도 하는 요즘. 대나무 잎이 사각이는 밤에도 바람이 스치는 머리칼이 기분좋은 아침에도 창이큰 일요일 정오의 까페에도 Hey Eugene이 생각난다.
스스로의 한계, 혹은 인력으로 어찌할수 있는 없는 일들에 대하여 그 덧없음과 슬픔을 충분히 감수하고 일을 진행시킬때 사람은 얼마나 매력적으로 보일수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때때로 훨씬 큰 폭발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김연아가 트리플 악셀에 도전하지 않을것을 선언했을때, 앨런 오하라가 설익고 불같았던 첫사랑을 내던지고 스칼렛의 아버지와 결혼에 찬성했을때, 그리고 나의 고교시절 수험생의 나날들이 그러했다. 에서 스칼렛 오하라의 어머니로, 대농장의 주인이었던 스칼렛의 아버지에게 어린나이에 시집와 안주인으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아내와 어머니로서도 엄청난 능력을 보였다. 조용하고 우아한 기품을 지닌 그녀는 스칼렛이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존재였다.
처음 브로콜리 너마저를 들었을때는 그저 그랬다. 보편적인 노래나 앵콜요청금지가 흥미롭긴 했지만 첫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비슷한 분위기로 흘러가니 큰 굴곡없이, 대중가요처럼 귀를 중독시키는 맛도없이 흘러가서 그냥 듣다 말았다. 사랑에 빠지고 그게 달콤한 만큼 아픈 것임을 알면서 앨범의 노래가 하나씩- 약속이나 한듯이 정렬해서 하나하나씩 다가오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가사가 눈에 들어오고 보컬의 목소리들 쟁알쟁알 하는 발랄하고도 조금 슬픈 여운이 남는 연주들이 귀에 닿았다. 얼마전 미니홈피 배경음악이나 바꿔볼까 하고 브로콜리 너마저의 앨범을 찾았는데 지난 모든 감정선을 따라 담으려면 앨범을 통째로 사야한다는 걸 깨달았다. 앨범은 내 사랑 이야기가 되었다. (순서는 다음과 같다. 이웃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 ..
어느 날 방을 나서다가 열쇠를 탁자 위에 두고 온걸 깨달았다. 멀리까지 나간건 아니었지만 탁자까지 팔이 닿진 않으니 끼워넣은 부츠를 벗고 돌아가야 하는게 상당히 귀찮았다. 문득 앨리스가 떠올랐다. 루이스 캐럴은 에서 주스를 마시고 작아진 앨리스가 열쇠를 탁자 위에 두고 온 사실을 깨닫고 안타까워하는 장면을 그리면서 이런 종류의 경험을 떠올렸던게 아닐까.
아이삭은 직장에서 대중 문화의 가벼움에 대한 비판을 늘어놓다 잘리고 ("30초동안 영웅이었지만 이제 난 실업자가 됐어!") 헤어진 두번째 아내는 그에 대해 속속들이 파헤치는 책을 내는데다 현실성 없는 열일곱살의 연인으로부터 적극적인 대시를 받는다. 보기만해도 정신없는 일상 중에 자신과 세상을 향해 염세주의적인 농담을 날려대는 이 아저씨는 우디 앨런이 직접 연기했는데 1979년 작인데도 꽤 세련된 매력이 있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우유부단하고 소심하고 겁쟁이지만 예술을 사랑하고 자신에게 닥친 불운을 위트있게 표현해낼 줄 안다. 사랑이 변하고 세상은 속물이 넘친다는걸 누누히 알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결국 진실한 감정 앞에 솔직하게 작아질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우디 앨런은 이 영화를 통해 많은 불운과 결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