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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나
그래, 지방의 한 도시에서 입시를 위해 공식화된 '기법'을 가르치는 40대의 미술학원 교사가 행인에 지나지 않았던 내게 유럽에서의 작품 활동을 꿈꾼단 얘기를 조심스레 꺼냈던건 우연이 아닐거다. Gatsbysque란 멋진 단어가 있다. 피츠제럴드의 말할수없이 순수하고 강렬하고 절망적인 단어들에 대한 반응으로 생겨난 단어인데 많은 영감을 준다. 하지만 옮긴이가 지적했듯이 잊지 말아야 할것은 개츠비의 Adorable, honorable 한 꿈에 비해 현실에서 그를 뒷받침한 행태에는 어마어마한 갭이 존재했다는 거다. 마지막에 화자가 개츠비의 태생을 짚어올라가 찾아낸 젊은시절의 책자 뒷편에 쓰여진 메모 - 개츠비의 성공을 향한 열망이 고스란히 드러난 - 는 인상적이었다. 가슴이 아릴만큼의 공감과 연민, 그럼에도 ..
헤세 다음으로, 가까운 언어를 발견했다. 개츠비를 만나기전에 뉴욕에 다녀와서, 사랑을 앓아서, 몸서리치는 도시의 차가움을 알아서, 깔깔대는 주변 사람들 속의 처절한 고독을 알아서 다행이다. 피츠제럴드는 책 표지에 그려진대로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과 나의 홀로 부산과, 봄이후로 계속 듣고있는 Sean Lennon의 연장선이었다. 그의 단편집과 제목에서 좀더 끌리는 , 아직 찾지못한 이 기대된다. 가끔 아주 시기에 맞는 (요즘엔 거의 그렇게 되도록 맞춰가게 되긴하지만) 책을 만나면 읽는다기보단 나와 닮은 언어를 발견하고 지극히 섬세함에 감탄하기에 앞서 흡수하는 느낌이다. 좋아하는 백화점 지하 비어드파파의 슈크림을 슈르륵 빨아먹듯이.
아나스타샤(Anastasia, Louis Lowry 저.)는 녹색 노트에 이것저것 끄적인다. 내가 싫어하는것, 좋아하는것에서부터 내가 바보인 이유, 웨스트베셀 선생님을 싫어하는 이유 등등. 종종 쓸데없이 까탈스럽고 감수성이 예민한 그녀는 목록을 만들다보면 분명하지 않은것들이 명확해져서 좋다고 했다.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낮술에 취하신 선생님의 "요즘은 행복한가보네?"라는 다정한 말. (웃어보이는 것밖에 도리가 없었다. 나는 이제 책임져야 할 쪽의 무게가 좀더 커진, 자립해야하는 딸이니까) 엄마의 눈물. 정말 보고싶지 않았던. 그날 잠실역 4번출구 지하에서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덧없이 아름답게 깜빡이는 강남역. 그곳을 끊임없이 걷는 사람들. 젊음. 가장 트렌디한 여자들. 참 예쁜. 그녀들의 감춰진 하루..
일촌평을 달다가 문득 앨리스가 아끼는 고양이 이름이 다이아나였나 그 비슷한것 같았던 기억이 났다. 원문을 읽어보고 싶어서 사두었던 펭귄 클래식 원어본을 찾아보니 Dinah다. 디아나든 디나든 다나에든 D로 시작해서 N으로 이어지는 이름은 그 부드럽게 울리는 느낌이 좋다. 얼핏 듣기론 루이스 캐럴이 글을 쓸 때 그런 음조의 연결이나 말장난 같은 단어 선택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하는데 역시 틈나는대로 원본을 읽어봐야겠다. (이제 펼쳐보고 안 사실이지만 삽화도 원본 그대로인것 같다. 좋아!)
스스로의 한계, 혹은 인력으로 어찌할수 있는 없는 일들에 대하여 그 덧없음과 슬픔을 충분히 감수하고 일을 진행시킬때 사람은 얼마나 매력적으로 보일수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때때로 훨씬 큰 폭발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김연아가 트리플 악셀에 도전하지 않을것을 선언했을때, 앨런 오하라가 설익고 불같았던 첫사랑을 내던지고 스칼렛의 아버지와 결혼에 찬성했을때, 그리고 나의 고교시절 수험생의 나날들이 그러했다. 에서 스칼렛 오하라의 어머니로, 대농장의 주인이었던 스칼렛의 아버지에게 어린나이에 시집와 안주인으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아내와 어머니로서도 엄청난 능력을 보였다. 조용하고 우아한 기품을 지닌 그녀는 스칼렛이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