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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 나 (스타샤)의 목록만들기 1

디아나§ 2010. 5. 31. 22:44
아나스타샤(Anastasia, Louis Lowry 저.)는 녹색 노트에 이것저것 끄적인다. 내가 싫어하는것, 좋아하는것에서부터 내가 바보인 이유, 웨스트베셀 선생님을 싫어하는 이유 등등. 종종 쓸데없이 까탈스럽고 감수성이 예민한 그녀는 목록을 만들다보면 분명하지 않은것들이 명확해져서 좋다고 했다.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 낮술에 취하신 선생님의 "요즘은 행복한가보네?"라는 다정한 말. (웃어보이는 것밖에 도리가 없었다. 나는 이제 책임져야 할 쪽의 무게가 좀더 커진, 자립해야하는 딸이니까)

 

  • 엄마의 눈물. 정말 보고싶지 않았던. 그날 잠실역 4번출구 지하에서

 

  •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덧없이 아름답게 깜빡이는 강남역.

 

  • 그곳을 끊임없이 걷는 사람들. 젊음. 가장 트렌디한 여자들. 참 예쁜. 그녀들의 감춰진 하루속의 고독. 혼자 잠드는 밤. 새벽.

 

  • 나이들어가는 여배우. 한때 어떤 진리보다 빛났으나 세월에 서서히 밟히는. 곧 조용히 안주할 자리를 찾거나 망가지고 마는.

 

  • 나의 사랑, 머리 쓸만큼 약지도 못한 주제에 체질적으로 타협할 수없는. 나의 일, 절대로 무릎꿇을수 없으나 헤치고들어와 위협하면 덜덜 떨리는 거대한 하얀 권력에 대한 공포.

 

  • 그럼에도 누군가들은 부러워할 나의 위치. 내게 기대되는,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