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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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기억

요즘 사랑하게 된 시간

디아나§ 2022. 10. 12. 06:14

 수면 교육을 위해서는 밤중 수유에 불을 켜지 않고 (아기의 바이오 리듬에 밤이라는 것을 인식시켜 주기 위해서) 가급적 말을 걸거나 하지도 않고 먹이고 트림시키고 재우게 한다. 오늘도 새벽 세시가 조금 넘자 눈을 뜨고 두리번 거리길래 밥을 주고 조금 안고 있다가 어깨에 얼굴을 대게 하고 등을 두드려서 트림을 시키기 시작했다. 수면용 스와들업을 입은 아가는 팔도 몸도 다리도 아메바처럼 한덩어리로 싸여져서 참 귀여운데 내 어깨에 매달리면 동그랗게 옷주름이 진 등이 보인다. 가스가 빠질때까지 한쪽 손으로 통통 두드리면 졸다가 낑낑대다가 트림을 하고 그러고 나서야 다시 침대로 돌아갈 수 있다. 

그 전에는 일분이라도 더 많이 자려고 빨리 트림하기만을 기다리던 시간이었는데 단유하던 그날 밤 이후로 사랑하는 시간이 되었다. 어깨에 기댄 머리와 작게 옹크린 등에서 전해지는 체온과 살에 부비작거리고 싶어서 내 가슴팍이나 팔을 찾아드는 몸짓은 사랑스럽다. 아늑한 새벽 세시 방의 온도는 동틀 새벽에 대한 기대와 전날 밤의 두근거림을 머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