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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나
물과 오후, 그리고 햇살 본문
아주 좋았던 순간의 기억은, 그 찰나의 감각의 기억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라고 묻던 때가 있었다. 기록해 두지 않으면 모든게 사라질 것만 같아서 강박적으로 기록하던 때도 있었다. 지금도 그 답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기록도 크게 의미가 있지는 않다는걸 알아서 (기록해 두고 보지 않으므로) 또는 그 순간을 오롯이 즐기는데 집중하고 싶어서 등의 이유로 저절로 어느 정도 균형이 맞춰졌다.
가끔 완전한 순간을 맞이한다. 오늘 오후에 햇살 무늬가 파란 바닥에 그리는 빛 그림자를 따라서 헤엄치던 수영장의 물 속처럼. 아직 차가운 바닷 바람과 봄과 여름을 넘실거리는 동쪽의 햇살과 물의 감촉 그 사이에서 내 몸은, 내 세포는 아주 만족한 상태에 다다르는데 그러고나면 잔잔한 행복이 몰려온다. 그러고 오늘 하루는 좋았구나 라고 기억 장치에 입력이 되는 것이다. 아마도 이러고 일상에 돌아가면 좀더 가뿐해지게 시작을 할 수 있다. 어쩌면 이러한 순간을 찾기 위해 나머지 일상이 이유를 붙여 굴러가고 있는줄도 모르겠다. 이 순간을 더욱 희소성있고 강렬하게 달콤하게 맞이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