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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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기억

설날 아침에 떡국

디아나§ 2020. 1. 1. 11:32

새벽에 잠이 깼는데 어쩐일인지 잠이오지 않았다. 원래 아침은 만들 계획이 전혀 없었는데 자고있는 남편을 보니 문득, 또 내가 먹고싶어서 떡국을 만들고 싶어졌다. 요리가 잘 되는 때는 머리 속에 정확히 어떤 메뉴, 그 중에서도 specific한 경험의 기억에 따라 구체적인 음식 이미지가 그려질 때다. 오늘 나는 다른 재료가 안들어가고 심플하게 떡만 들어간, 국물은 육수맛이 진하되 끈덕이지 않고 밍숭한듯 하면서 고기향이 나고 모자란 간은 양념된 소고기 고명이 국물에 풀어지며 맞춰지는 그런 떡국을 만들고 싶었다. 흰/노랑 계란 지단도 물론 중요하다. 기본은 엄마 또는 할머니가 만든 떡국 이미지지만 모두가 잠든 시간이므로, 또 구체적인 재료 파악을 위해 레시피를 검색한다. 떡은 어머님이 예전이 한가득 보내주신 것이 냉동고에 얌전히 있고, 중요한건 육수를 낼 고기다. 문제는 지금 시간에, 그것도 새해 아침에 문을 연 시장이 있을까?

24시간 마트를 검색하다가 집에서 차로 5분거리에 있는걸 발견하고 가봤는데 임시 휴무다. 비슷한 체인을 더 검색해서 마트 세군데를 돌아도 없다. 이쯤되면 약간 오기가 생기기도 하고 마지막으로 한군데만 더 가보자 해서 가락시장몰에 다농마트에 들러 결국 양지거리를 샀다. (Tip. B3 C영역에 C05쪽에 주차하는게 편하다) 집에 돌아오니 7시가 조금 넘었다. 이제 시작하면 여덟시 조금 넘으니 다행히 아침 먹을 시간으로는 나쁘지 않다.

1 양지부위를 - 둘이먹을땐 200g 이면 충분- 찬물부터 넣어 끓인다. 후추 대파를 쑹텅 넣고 20분 정도. 거품은 중간중간 건져내자. (통후추를 넣으면 좋대서 갈아쓰는 후추통을 열어서 후두둑 넣었더니 나중에 건지기가 힘들더라. 그래서 채로 한번 걸렀다) 

20분 정도 끓이래서 끓였는데 육수는 충분한데 고기가 아직 좀 질겼다. 한우여서 고기 자체는 맛있는데 질긴느낌..? 엄마한테 물어봤더니 고기를 더 끓였어야 된다고 하더라. 다음엔 40분 정도 끓이자

2 그사이 떡이 냉동되어 있다면 물에 담가놓자. 분량은 밥공기 하나가 조금 안돼는 떡이 1인분

3 역시 그 고기를 끓일동안 계란 지단을 만들어두면 시간이 맞는다. 난 두개 정도 했는데 흰자/노른자 분리해서 따로 부쳐서 식힌다음 얇게 썰면 된다. 기름을 살짝 두르고 키친타올로 닦아내듯 둘러준 뒤 따로 따로 부치는데 이때 완전히 익혀야 잘 썰린다.

4 익은 고기는 건져내어 썬다. 인터넷에 레시피는 주로 익은 고기를 잘라 다시 넣는 건데 나는 양념 다대기 고기 고명을 포기할 수가 없어서 고민하다 두가지 버전으로 밑간을 다 하기로 했다. 이제보니, 다대기로 양념한 고기를 듬뿍듬뿍 넣는건 우리집 스타일인듯 하다.

 - 어릴때부터 먹던 엄마집의 레시피 = 다대기용 고기양념
  : 국간장 약간, 고춧가루, 다진마늘, 파, 후추, 소금 살짝

- 국에 다시넣을 고기용 밑간
 : 참기름, 소금, 후추, 다진마늘

5 밑간한 고기를 다시 넣고 끓기 시작하면 국간장을 약간 넣어서 간을 맞추고 떡국떡을 넣는다.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음 떡이 모두 떠오르면 완성. (떡을 너무 오래끓이면 국물까지 끈덕해져서 별로다.)

고명은 만들어둔 흰/노랑 계란지단과 양념소고기, 김가루
떡국은 성공. 위에도 큼직한 고기 고명이 있고 국물속에도 고기가 듬뿍 들어서 김치 하나두고 먹었더니 배가 부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