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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나
usual day 본문
2년차에게서 중환자실 Encephalitis 환자 한명이 좋아지는 경과라고 듣고 슬슬 올라올때가 되었나 해서 오후 회진이 끝나고 내려가 보았다. 내려가서 다시 듣기론 그 사이에 의식이 나빠져 좀더 봐야할것 같단다. 마침 저녁 면회 시간이다. 40대 중반이면 우리과 치고는 젊은 환자인데 원인도 모르고, 그나마 의심하고 있는 진단명이 워낙 안좋기도 해서 가족들이 걱정하리란 예상은 언뜻 했었지만 대부분의 중환자실 환자들은 위중하고 요즘에 또 그런 환자들이 유독 많다. 얼른 보고 가야지 하고 병실 문을 여는데 유리창 너머로 아내로 보이는 여자가 그의 침대맡에서 깊숙이 머리를 기울이고 있다. 문을 다시 닫기까지 몇초 안돼는 시간이었고 그래서 안에 소리도 듣지 못했다. 하지만 얼핏 비친 옆선의 표정과 잠시 전해온 공기만으로 그녀가 얼마나 간절히, 가라앉기 시작해서 돌아올지 아닐지도 모르는 그의 의식에 닿길 바라며 그들만이 나누었던 언어로 속삭이고 있는지 알수 있었다. 잠시 차트 보는 곳에서 뒤적거리다 면회 시간이 끝나고 보호자가 나가고서야 들어가 보았다. 흔들어 깨워도 눈을 뜨지 않는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묻는 말에 어눌하게나마 병원이라고 답을 했었는데.
나는 이 모두에 반응하고 버틸수 있는 자신이 없어서 일을 할때에 본능적으로 어느 셔터는 닫힌다. 길을 가다 발견하는 것과는 민감도가 확실치 차이가 난다. 예기치 못한 순간에 오늘과 같이 한프레임이 비집고 들어오면, 우르르 우르르 상상하고 만다. 그의 어린시절과 사소한 취향, 그리고 그에게의 그녀. 그녀에게의 그.. 나오는 길에 나는 깜빡 눈을 감는다. 눈을 감으면 셔터를 다시 내릴수 있을 것처럼 깜빡 또깜빡 눈을 감는다.
차트 너머에 그들의 페이지가 있다. 그 개인적이고 사소한 이야기들을 나는 어디까지 들추어 보아야 할까. 그렇게 해야할까. 그렇게 되지 않도록 막아야 할까. 아니면 결과론적으로 모든걸, 추진력으로 돌려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