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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나
일요일 저녁 강남역까지 택시 본문
"강남역이요."
"뭐요? ㅇㅇ역?"
컨디션이 좋지않아서 잠깐 눈을 붙였는데 여섯시 반이 촉박해져서 택시를 탔다. 반응이 전혀 엉뚱한 역이름이라 귀가 안좋으신가 했는데 뒷모습을 보니 한눈에도 칠십세는 충분히 넘겼을 것 같다. 택시를 타면 보통은 나를 내버려두거나 잡담을 늘어놓거나 뽕짝을 크게 듣거나 드물게 좋은 곡이 나오는 라디오를 듣는 경우가 있다. 할아버님 기사분은 내가 병원에서 타서인지 병원 규모나 이런저런 의료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시는데 구체적인 데가 있어서 어떻게 그리 잘아시느냐고 물으니 예전 - 아마도 오륙십년은 더 전인가보다 - 우리나라 의학계 초창기에 활동한 의사 분들 이야기를 꺼내신다. 그중 한분을 직접 모셨었노라고 하며 소싯적 이야기를 즐겁게 늘어놓으시는데 가까이서 본 위인들의 아름다운 모습도 그 분을 모시며 살았던 약간의 뿌듯함 섞인 자랑도 여느때의 잡담 같지 않게 듣기가 좋았다. 귀가 어두워 여러차례 큰소리로 말해야 하고 좋아하는 이야기는 몇번이고 반복해 말하시던 할아버지 생각도 났나보다. 그래서 가을 방학의 노래를 들으려던 이어폰을 손에 쥐고, 가끔씩 쫓기듯이 핸드폰을 보면서도 큰소리로 여러번 반복해서 리액션을 하며 막히는 강남역 사거리 앞까지 왔다. 어제와 부쩍 다르게 싸늘해진 바람에 쪼그라든 낙엽이 날리는 거리에 건강하세요-라고 말하고 택시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