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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일상

언제나 4월 쯤

디아나§ 2025. 4. 16. 13:18

 4월쯤엔 언제나 감정이 폭발적으로 피어나곤 했다. 그 방향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부정적일 때엔 기록을 남길만한 에너지가 없었고 모든 혐오와 절망을 굳이 세세하게 naming 해서 남겨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긍정적일 때엔 기록을 남기기보다 현재의 찬란한 순간을 즐겨야 하지 않을까라는 의무감이 들었다. 
 어쨌거나 나는 안정적이고 행복할 의무가 있다. 누군가 obligated happiness라는 말이 너무 무겁다고 했는데 사실 나의 감정과 체력, 기분에 전적으로 영향을 받는 존재를 두고서 내 감정에 빠져있는건 잘못된 거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래서 요즈음의 일들을 정리해보면,

  • Conflicts

- 스트레스가 폭발한 원인은 아무래도, 이사를 결정하면서 맞춰야 했던 수많은 조건들이 우선이겠고 그 원인을 제공한 아래윗집과의 갈등이겠다. 이사 관련되서는 한 건 정도 신경쓰이는 게 남았고 나머지는 짊어지고 가면서 해결해야할 일이다. 아랫집은 손댈 수 없을만큼 outlier 여서 포기했고 윗집은 친절한듯 무례한 스타일이라 오래 나를 고민하게 했지만 결국 해결책을 찾았다. 톨스토이 단편에서 배운게 무색하게 -- 이웃을 용서하라. 사랑하라 -- 그렇게 아름답고 따뜻한 결말은 아니지만 문제 해결이 되었고 lesson learned & 내가 회복되었다는 데서 의미를 찾기로. 
 덧붙이자면 돌이켜보니 나는 상대의 누적된 무례함에 화가 났던거고 상식적이고 대응 빠른 딸이 나타나자 나도 상대를 존중하는 평소의 내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빠져 나오고 나면 명확한데 그 가운데 있을 때에는 스스로를 의심하는 일이 반복됐고 그게 너무 소모적이었다. 나 자신에게 더이상 그러지는 말자. -> 스스로에 존중과 신뢰를 유지하기
 

  • Balance

- 몸 컨디션은 많이 회복됐지만 여전히 호르몬과 수면 사이클은 리듬을 찾아가는 중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매일 100m 달리기를 하는 기분인데 나이로 겨우 버티는 느낌. 컨디션이 기분에 영향을 주고 그것이 가정의 평화로 연결되므로 체력을 키우자. 유산소 운동 필수.  
- 머리는 바보가 되가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부동산, 내용증명, 금융 등과 같은 재미없는 지식들로만 채워지는 중. 아, 쓰고보니 <어린왕자>에 나오는 진정한 바보가 맞겠구나 싶다. 좀더 말랑말랑하거나 인문학적인 발랄함이 필요하다. 
 

  • Work

- 복귀가 얼마남지 않았다. 바라마지않던 Neuro쪽 일들이 생기는 분위기라 걱정도 기대도 함께 되고 있다. 목표가 있으니 최선을 다해보는 것으로. 
 

  • Relationship

- 아가는 예쁘다. 단 사랑일만큼 예쁜가에 대해서 고민했는데 얼마전에 율율 학부모 한 분께 들은 얘기로는 내가 살고 봐야 예뻐보인다는 것. 신경쓰지 말고 조금 더 밸런스를 찾는데 집중할 것. 주말에는 각개전투에서 벗어나 온가족이 외출하는 연습을 해볼 필요가 있겠다. 
- 위에 길게 기술한 Conflicts 측면은 아주 부정적인 면이 많았지만 한가지 순기능은 나는 힘들때 주변에 계속 노출시켜 길을 찾는다는 거다. 그러다보면 좋은 친구들에게 신세를 지거나, vulnerability 를 노출하면서 더 가까워지기도 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도 한다. 역시 주변에 가치있는 인맥을 소중히.
- 예쁘게 말할 줄 알기. 아무것도 장점이 없던 과거 나의 동기가 (텅빈 머리, 사치, 게으름, 성형) 말투가 예쁘다는 이유로 관계를 이어갈 수 있었다는 걸 기억하자.
- 항상 궁금하던, 이동네 맘들의 세계에 몸을 담궈봤다. 물리적인 여유가 생긴만큼 등하원때 만나 인사도 하고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브런치도 하고 우루루 몰려 키즈카페도 가보았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 부분도 있고 마음에 위로가 되기도 하고 어떤 면은 딱히 따를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도 하고 집집마다 이런 사람들이 이곳에 이렇게 사는구나를 알 수 있었던, 흥미로운 경험.
- 작은 동물들과의 이별은 예정된 것임에도 왜이렇게 슬픈걸까. 또 하나의 이별을 바로 앞두고 있다. 내일은 아마도 많이 울게 되겠지.
- 좋은 학벌과 배경이 아니어도 똑똑한 사람들은 많이 있다. 내가 있던 좁은 세상 바깥에서 배울 부분이 많은 상대들을 만나게 되어 신기하고 즐겁다. 하나는, 위에서 말한 분쟁 상황에서 큰 도움을 받은 인테리어를 하는 지인인데 공감도 잘하고 똑똑하면서 상대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할 줄 알고 인내심도 있다. 서글서글 문제를 해결해 나갈 줄 알지만 정당하게 분노할 줄도 안다. 하나는, 새로 만나게 된 시터님인데 행동이 아주 빠르고 깔끔하며 야무지게 세상을 꾸려나간다. 무엇보다 항상 밝고 작은 존재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아낌없이 표출할 줄 안다. 둘의 공통점은 이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며 실패도 하고 충돌도 있지만 탄성회복력이 강하고 무언가를 배우며 앞으로 나아간다. 무엇보다 매일을 살아가는 긍정적인 힘이 강하다. 꼭 배우고 싶은 점이다.
 

  • 그외 의 소소한 것들

- 버킷리스트 달성. 소중한 존재와 함께하는 덧없고 아름다운 벚꽃 촬영에 성공했다.
- 살면서 누군가에게 이렇게 사랑을 받아보고 줄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역시 나는 이기적인 선택을 한거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책임지고 행복하고 현 상황을 듬뿍 즐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