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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읽는중)

디아나§ 2021. 5. 3. 16:39

겨울에 시작해서 시즌 내에 읽는게 목표였는데 겨울이 지나고나서야 빠지기 시작했다. 내 첫 장편 톨스토이

#. 안나에 대한 외모의 묘사가 없었다는 것은 삼촌 책에서 먼저 보았던 지적이지만, 이렇게 사람의 외양과 성향, 심리 묘사를 세밀하게 하는 작가가 안나에 대해서는 굽이치는 검은 곱슬 머리, 짙은 속눈썹 때문에 검게 보였던 회색 눈 이상의 묘사가 없다는 것은 의도적인 것이 분명하다. 그보다는 오히려 억제된 활기, 행동의 유연함과 싱싱함과 같은 동적인 묘사가 많다. 이 또한 작가의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 쉴새없이 휘몰아치는 눈보라 안을 달리는 규칙적인 열차의 반동, 난방이 올라온 객실의 열기, 그 안에 흔들리는 안나의 심리 묘사가 좋다. (Chapter 29) 압권은, 그러고나서 도착한 페테르부르크역에서 안나의 시선이 멈춘 곳이 마중나온 남편의 '귀의 연골'이었다는 것

#. 나는 어서 남편에 대한 묘사가 나오길 기다렸는데 (그가 얼마나 ㄱㅅㄲ일지 기대하면서도) 아마도 무의식 중에는 그가 의외로 악인이 아닐 수도 있을거란 예상을 했던 것 같다. 톨스토이라면, 뻔한 스토리를 끌고 갈리는 없으니까. 그는 또 한명의- 현재에도 종종 보이는 나름 매우 열심히 본인에게 주어진 삶을 사는 인간이었을 뿐이다. 그에 대한 부인들의 뒷담화는 아주 흥미로운데 빈틈없이 유능한 공무원인 그에게서 현명한 점을 찾지 못해서 스스로가 바보일까 의심하다가 '그는 바보이기 때문에 바보야' 라는 답을 찾아내곤 아주 만족해하는 먀흐카야 공작부인이 그렇다.

#. 바렌카
‘ “아뇨. 저는 언제나 혼자 다녀요. 그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 모자를 집어들며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키티와 또 한 번 입을 맞추고,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이 그녀에게 이 부러울 만한 침착함과 위엄을 부여하는지에 대한 비밀을 그대로 간직한 채, 악보를 겨드랑이에 끼고 활기찬 발걸음으로 여름밤의 희미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