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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자유롭게

디아나§ 2020. 9. 13. 13:01

 10여년 전의 글을 보면 나는 원래가 밝고 쾌할함, 귀여움, 발랄함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sarcastic 한 쪽에 가깝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비관적인건 아니고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는 일들에 문제를 제기하고 티없이 밝은 현실에 의문을 던지고 싶은 쪽이었던것 같다. 집단에서는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웃사이더로 있기를 더 즐겼다. 학부 때도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가 동그라미 안으로 일단 들어가야 겠다는 결심을 한 뒤부터 오랫동안 많은 것을 억눌러 왔다. 지켜져야 하는 개인적인 시간들도, 마시기 싫은 술도, 얼굴 마주하고 먹고싶지 않은 밥들도 견뎠다. 이에 더해 연차가 쌓여 윗분들과 더 가까워질수록 그들은 위험한 수위의 발언들을 던지기 시작했고 학습된 권위와 오랜 습관 속에 무력화된 자아로 나는 그걸 꾸역꾸역 받아먹어야 했다. 그 발언들에는 여자를 바라보는 구시대적인 시선도 있었고 젊은 여자를 바라보는 현재에도 여전한 시선도 있고 철밥통을 차게된 40대 쯤부터 자기만의 골방에 갇혀버린 그들의 좁은 시선도 있다. 나는 나이와 권위와 그들이 가진 나의 인사권 앞에 입이 다물리고 행동이 구속됐다. 이성적으로는 이상하다는걸 알고 있으면서도 왜 더 사근사근 하고 더 잘 웃고 더 친절하게 말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오랫동안 괴로워했다. (다른 집단의 경험은 잘 없지만 아마도 보통의 집단보다는 조금 더 눌러야 했던것 같다.)

 커리어에 대한 염려와 걱정, 대비를 우선하는 삶의 방식을 뒤로 하고 이제 조금더 불안정성에 던져보려고 한다. 아닌 것들에 거침없이 등돌리고 좀더 보장되지 않은 삶으로 가며 능동성을 회복하고 싶다. 밖에서 보기에는 큰 차이가 아닐지라도 나에게는 이 집단의 바깥으로 내딛는 한걸음이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건 그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