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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나§ 2020. 7. 27. 17:24

 아주 오래 전에는 손으로 쓴 편지가 있었고 좀더 위급한 전달을 위해 전보가 생겼다. 그 다음 실시간 목소리 연결을 해주는 전화가 생겼고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e-메일이 가능해져서 편지를 온라인으로 보내게 됐다. 한사람이 하나씩 핸드폰을 가지게 되면서 디지털이긴 한데 지금 보면 아날로그 감성으로 보이는 문자 메세지라는게 있었고 그 다음에는 실시간 대화 메신저(톡)가 생겼다. 편지라고 하면 제인 오스틴이 생각나고 전보는 셜록홈즈가 조수 부려먹으려고 부를 때 보냈을거 같은 느낌이다. 돼지꼬리 같이 말린 전화줄을 보면 멕라이언이 수화기를 들고있는 유브갓메일이 생각난다- 라고 쓰고보니 제목이랑 매칭이 안되는군. 다시 보니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인가 보다. 내 기억엔 분명 숏컷의 멕라이언이 수화기를 들고있었는데.. 저 영화를 챙겨볼 수 있던 마지막 나이 때의 나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보면 큰일날 것 같이 피했기에 잘은 모르겠다.- 문자 메세지는 나름의 감성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엄지 손가락에서 피워내는 마법에 대해 아이유가 말하기 전에 외삼촌이 만든 광고 중에 통신사의 사람을 향합니다 시리즈가 있었다. 그 중에 '기술 안에는, 사람이 있습니다'라는 광고가 있는데 내용을 보여주지 않고도 폰에서 나는 자판음과 엄지 손가락의 속도 변화로만 문자 보낼 때의 감정을 모두 표현했다. 그 시리즈 광고들이 거의 그랬지만 슬픈 내용도 아닌데 마음 한편을 찡하니 울렸던 기억이 난다.  

 요즘으로 돌아와서 카카오톡을 싫어하는 사람을 종종 본다. (1이 사라지고 그걸 되살리고 읽씹이고 너무 가볍게 소모된다는 점에 나도 동의하고 빠져나갈 수 없는 단체 톡방도 극혐이다) 아이폰 메세지로 연락을 유지하는 사람들을 보긴 하지만 그렇다고 메세지만으로 모든 연락을  유지하기엔 너무 지나와 버린 감이 없지않다. Queer가 되는 편이 생존에 유리한 예술 분야에 있다면 내키는대로 문자만 된다고 커다랗게 써붙여 놓겠지만 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이 제한적이라 오해의 소지가 많고 한쪽 손이랑 얼굴이 아프다는 이유 때문에 원래도 전화란 메신저는 좋아하지 않았고 요즘은 메세지 보내면 전화가 와버리는 사람한테 나는 장난으로 아저씨라고 놀린다. 그래도 편지는 여전히 좋아한다. 우체국에 가서 직접 부치지는 않지만 업무가 아닌 이유로 보내는 이메일, 가끔씩 받(아내)는 가까운 사람의 손글씨 편지 같은 것은 일년에 몇번일까 싶을만큼 드물지만 그렇기에 더욱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