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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나
코숏 본문
어릴때 할머니 댁에서는 고양이들이 드나들수 있도록 마루문을 주먹 너비만큼 열어두곤 했다. 겨울이 되면 고양이들은 할머니나 아버지 발에 몸을 부비며 따끈한 아랫목을 찾아 들어왔고 한창 뜨개질하느라 바쁘신 할머니 무릎에서 졸거나 아직 어렸던 나와 놀아주다가 추운밤엔 그대로 자고 가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반드시 나갈 길을 찾았다. 지붕 위를 자유롭게 쏘다니다가 들르는 옥상 위에 작은 텃밭은 그들이 좋아하는 화장실이 되어 비료를 얻었고 (할머니는 부추를 뜯어먹는다며 가끔 화를 내셨지만) 아슬아슬한 담장을 우아하게 걷는 묘기를 보인다거나 짹짹되는 새앙쥐를 여유롭게 가지고 논다거나 수건을 널어두는 따뜻한 방으로 연결된 창문을 열고 들어와 식빵 굽는 자세로 앉아있는 채로 자주 발견되었다. 현관 앞에 내어주는 생선밥을 맛나게 먹었지만, 애교를 부릴지언정 한번도 비굴하게 굴거나 음식을 구걸하지 않았다.
부드러운 발바닥과 털속에 숨긴 날카로운 발톱만큼 달콤함와 야생성을 동시에 지녔던, 요새로 치면 길고양이와 집고양이의 중간 쯔음의 그들은 기억 속에 누구보다 영리하고 긍지높고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