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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일상

오븐

디아나§ 2015. 4. 17. 18:57


무언가를 깨닫는 순간은 갑자기 다가오지만, 그 순간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것은 아니다. 필요성을 느끼지만 그게 무엇에 관한 것인지 처음에는 알 수없다. 다만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느낌에 답답한 뿐. 이후에 조금씩 가능성들과 솔루션이 들어올 공간이 생기고 그게 삶의 부분들에 녹아들다가 때가 되면 이스트가 발효된 후 오븐에서 구워져 빵이 되듯이 텍스트화가 된다.

나는 순간의 소중함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래 말한 책의 후반부는 새롭다기보다는 공감과 확인에 가까웠다.) 삶의 목적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도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흘러야 할 것인지도 알고있었다. 다만 나를 아끼지 않았다. 불안정하고 judging 당하는 순간들에 기준을 밖에 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믿어야 했다. 겸손이나 발전을 위한 여지를 남긴단 핑계로 주도권을 넘기는 순간 날카롭고 이기적인 존재가 되었다.

과거를 뒤돌아 보지 않는다. 남겨진 일은 빵을 먹고 소화시키는 거다. 이게 체화되는데 얼마나 걸릴지, 넘어가다 목에 걸릴지 구토를 할지 모르는 일이지만 상관없다. 빵이 코와 혀에 향기를 풍기고 녹아드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 한 나는 행복할 것이고 anorexia 에 걸리지 않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