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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나
주말 아침의 이맘때의 예감 본문
드문드문이든 쉬지않고 달리든 밤새 콜에 시달리다 시계를 볼때, 두시이거나 세시라면 보통 노곤함이 먼저 몰려온다. 아직 일은 끝이 나지 않았고 앞으로 대여섯시간은 더 일을 해야할지 잠을 잘 수 있을지 불안한 시간인데다 이건 새벽이라기보다 밤에 가까우니까. 그 뒤에 잠들수 있다면 행복한 일이겠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네시 즈음에 깨어있게 되면 오히려 기분은 나아지기 시작한다. 일이 마무리 되어가고 시계를 보았을때 네시 - 여름이라면 동트기 전의 젖은 공기가 번지기 시작하고 겨울은 아직 어둡지만 그래도 다음날이 가까웠다는 promising atmosphere 는 틀림 없는 시간 - 라면 나는 묘하게 피로감에 젖어 euphoric 해지면서 쉴새없이 상상하곤 했다.
오늘은, 이걸 먹자고 해야지. 거닐 곳은 여기가 어떨까. 옷은 저번에 산걸 아직 못입었으니까 이걸 입고 나가고 싶어. 영화는.. 1 피곤하다면 방에서 보고싶다 2 북적이지 않는곳에서 내 취향의 영화를 조용히 보러가야지 3 오늘 내가 맘에 들거같으니까 사람많은데서 블록버스터를 볼까 , 전시회도 가야하는데. 헤나 데리고 나가고 싶다. 대학로 가야하는데. 그냥 세상하고 차단되버릴까. 디저트를 먹어야지. 미용실은 가고싶지만 시간 많이 쓰게되니까 다음에 가야겠어. 브런치는, 서래마을 크로와상도 좋지만 팬케이크도 먹고싶어.
사실 많은 경우에 저렇게 시달리는 밤을 보낸 다음날의 나는 피곤했기 때문에 그렇게 활동적이지 못했다. 다만 상상속에서 나는 서울의 이곳저곳, 구석에 작은 레스토랑부터 근교의 카페, 몇시간을 달려 바닷가까지 갈수 있었고 그것이 가능하다고 해준다면 얼마만큼이 실현되는지는 크게 상관 없었다. 가끔, 시간이 너무 빨리 가버리는 것이 아쉬워 틱틱대긴 했지만. '나는 끝났어' 라고 선언하고, 펼쳐지는 내가 하고싶은 대개의 소소하거나 가끔은 그렇지 않은 일들을 실현시킬 수 있는 시간- 시간 자체라기 보단 그 시간을 향한 예감에 나는 행복해 지곤 했다.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내가 실제 느꼈던 것보다 몇발자국 더 행복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일요일보다 토요일 당직을 좋아하는 이유였다. 일요일이라면, 밤에 당직을 서고 바로 정규 근무로 넘어가게 되니까 상상할 틈이 없다. 당직이 얼마나 힘든지 여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일상은 변한다. 지루할만큼 편안하게 지속될것 같은 것들이, 또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괴로운 시간들이, 어쩌면 아쉬워할 것을 예감하게 되는 행복한 시간들이 어느 순간이 되면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변한다. 그리고 때때로 그건 시나브로가 아니라 어느날 아침에 망치로 두드려 깨서 뒤엎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