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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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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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나§ 2011. 7. 14. 23:01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있다. 많은 사람들이 전문가 못지않은 카메라를 들고 연구하고 많이 찍고 또 잘들 찍는다. 몸의 일부처럼 들고다니는 핸드폰에도 카메라 기능은 필수적인 것처럼 달려있다. 나같은 기계치도 두개의 카메라, 아니 핸드폰까지 하면 세개의 카메라를 가지고 있을 정도니까.

  가끔씩, 그래서 너무 쉽게 찍힌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기억을 남긴다는 핑계로 과거의, 여행중 어느 거리의, 하루 밥거리를 생각없이 찰칵대며 기록을 남긴다.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나도 한때 그러했고 지금도 종종 그러하며 그리고 가끔 사진은 정말로 좋은 추억을 남겨주니까. 다만 프루스트적인, 좀더 우회로의, 아날로그 적이고, 쉽게 사라질 위험이 있어 그가운데 살아남은게 더소중한, 그런 감각의 기억들은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된다. 그러니까 이건 내 취향의 문제다.


  요즘 사진에 대해 드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은, 카메라는 기계지만 사진에 담기는 감성은 아날로그라는 거다. 무언가를 보거나 어떤 공간을 느끼고 혹은 그곳에 내 고민이 보태졌을때 그것이 가능한 온전히 한장의 사진에 담기려면 웅-하고 참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시간이 될수도 있고 다른 수단으로의 표현을 삼가는 것이 될수도 있다. 이건 다른 '표현'에도 해당이 되는데 예를 들면, 뉴욕에 있을 즈음 한창 끄적끄적 그리기에 빠져있었을땐 의식적으로 카메라를 놓곤했다. 글로 남기는 것도 가능한 피한다. 조금 기다리면 (그림에서는 발현시간이 좀더 늦는데) 내가 표현하고 싶어하는 그 '무엇'이 조금씩 형태를 갖추고 구물구물 나오기 시작한다. 물론 그걸 어디까지 얼마나 아름답게 표현해 내는가는 내 손가락의 신경과 근육과 재능의 문제겠지만. 다시 사진으로 돌아오면, 어떤 한장의 사진을 찍는데 셔터 누르기가 쉽다는 이유로 쉽게 찰칵거리는걸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당장 일어나는 어떤 감정들이 (저 글에서 말한대로) 폭풍우를 치다가 이곳 저곳을 흐르다 조금 숨을 죽이고, 언어도 무엇도 아닌 형태로 공간에 내려앉을때 다시 말해 저절로 표현되는 느낌에 가까워질때 찰카닥. 그 한번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