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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영화

잉마르 베르히만의 <페르소나>는 presyncope

디아나§ 2010. 4. 25. 16:32


솔직히 좋은 영화는 "좋다!" 라는 말이면 충분하다. 그 모든 색감과 구도, 음악과 대사를 망라하는 온감각을 오롯이 담기란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지난 영화들에 대해 기록을 남기지 않아 아무런 기억도 없는것을 아쉬워하면서도 언제나 감상을 남기기가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다만 "좋았어"라고 하는 영화에도 여러 부류가 있다. 왕가위의 영화처럼 어느때나 보긴 부담스럽지만 이맘때가 되면 굶주리듯 찾게되는 영화도 있고 프랑수아 오종처럼 나의 눈높이와 오감에 아주 잘맞아서 언제 만나도 기분좋은 영화도 있다. <망종> 처럼 망치로 때릴듯한 충격으로 다가온 영화도 있고 (기록적일만큼 좋았음에도 왠만해서 다시볼 엄두를 내지못한다) 레오까락스의 <나쁜피>처럼 볼수록 묘한 중독을 일으키는 영화도 있다. 아, 오늘 아침에 케이블에서 우연히 보게된 <맨인블랙>처럼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임에도 다시봐도 기꺼이 유쾌해지는 영화도 있다.

잉마르 베르히만의 영화는 그런 의미에서 이색적이다. 보고나서 10분간은 영화관앞 테이블에 쓰러져 있었으니까. 실신할만큼 좋았다는 의미보다는 반대에 가깝다. 순수히 몸의 소릴 따르자면 불편한 영화였다. 물론 그렇게 된데에는 다른 요인도 존재한다. 그것들에 대해서도 언급할 가치가 있긴하다.



하지만 그러한 요인들이 없었다고 해도 아무렇지 않게 영화를 볼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영화보는 내내 끝없이 기지개를 폈고 뒤척였다. 많은 상징과 과감한 컷, 기괴한 영상들에 대해 아마도 과제로 영화를 보러온듯한 대학생들은 영화가 끝난후 도무지 알수가 없다며 투덜댔지만 그리고 나또한 이해했는가라고 묻는다면 제대로 설명할까 모르겠지만 가끔, 어떤 영화들은 머리보다 몸으로 다가온다. 설명할수 없지만 내속을 통째로 훑고 나간 느낌이 아주 불쾌하고 또 좋았다. 마치 일상 속에서 낮동안 깨닫지 못한 진실에 대한 꿈을 꾸고난 다음날 아침에 그러하듯이. 세세한 의미들이야 삶속에 녹아나올 순간들이 있음에 분명하므로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