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곤소곤 일상

Dear 날라

디아나§ 2025. 4. 17. 17:22

 오늘 엄마의 품에서 마지막 숨을 쉬었다. 고민을 했지만 의사 선생님의 의견도 내 생각도 다르지 않아서 옳은 선택을 했다고 믿는다. 덜컥 데려오고 끝까지 책임지지 못해서, 엄마에게 짐을 안겨준 것 같아서 여전히 나는 미안하다. 오늘도 내가 마지막으로 귀에 속삭인 말은 걱정하지마, 편안해질거야, 그리고 미안해 였다. 시간이 지나가고서 엄마가 지금 느끼는 상처보다 13년간 느꼈을 행복이 더 크기만을 바랄 뿐이다. 

 날라는 2012년 봄 쯤, 두 번째 고양이를 들이고 싶던 내가 열심히 가정입양 글을 찾던 중에 엄마/아빠 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에서 네마리의 아비시니안이 태어났다는 글을 보고 찾아가서 처음 만났다. 누구를 데려갈까요 라고 하자 주인 분은 가장 사람 손을 잘 타고 예쁜 아가를 찾아 주었고 그렇게 손바닥만한 아기 고양이는 나와 함께 돌아왔다. 벽돌색의 털을 가진 엄마가 무척 예뻤고 아빠는 블루 컬러에 무던한 성격으로 새끼냥이 네마리와 레슬링을 해주고 있었다. 

 아기 고양이는 곧 검진을 위해 근처 동물 병원에 갔고 암컷이라고 해서 라이온킹에 나오는 날라라고 이름지었다. 털 색깔도 비슷하고 앙칼지고 매력적인 눈매도 암사자 같다는 생각을 했다. 몇달 뒤에야 오진이었다는걸 알았지만 이름을 바꾸기엔 이미 익숙해졌고 무엇보다 그보다 어울리는 이름을 찾기 어려웠다. 

 날라는 손바닥만할 때 집에 와서 처음 헤나를 보자마자 하악질을 해댔고 주인의 사랑이 나뉘는걸 견디기 어려워했다. 귀가가 조금 늦어진 내 위에서 부르르 떨다가 소변을 본 적도 있다. 헤나가 무던하고 둘째가 어리므로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거라 여겼지만 점점 우울해지는 헤나의 모습을 보며 합사를 잘못 했나라는 생각이 들어 엄마 집에 날라를 잠깐만 보내기로 했었다. 그 곳에서 고양이를 처음 마주친 우리 가족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날라는 엄마 집에 살게 되었다. 한마디로 나의 이기적인 선택으로 우리 집에 왔고 임시방편으로 들른 엄마 집에서 엄마 마음을 사로잡아 눌러앉은 고양이였다. 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내가 지은 죄가 있기에 이해했다. 그래도 엄마가 장기간 부재중일 때는 내가 옆에 있거나 쓰다듬는건 허용해 주었다. 점프에 아주 능했고 낚시대를 좋아했다. 애교가 많고 식탐도 많았는데 원하는걸 얻고나면 홱 돌아서버려도 밉지 않았다. 가족 중 엄마에게만 마음을 열었고 가장 긴밀하게 소통하고 사랑하고 충성했다. 보편적으로 고양이가 싫어하는 모든 행동 - 귀만지기, 꼬리만지기, 물묻히기, 발톱깎기, 약먹기 - 도 다른 사람이 하면 온갖 하악질을 해댔지만 엄마가 하면 믿고 몸을 축 내맡겼다. 내가 모르는 날라와의 많은 에피소드가 101호에서 있었을 거다.

 나는 처음 데려왔기에 마지막에 함께 하고 울어주고 예의를 다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