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기억

그냥 리듬

디아나§ 2020. 6. 30. 15:06

 기말고사이거나 방학 중에 맞게 되는 내 생일에 대한 불만은 어릴때부터 많았다. 맨날 백점맞던 시험에서 몇개 틀려서 속상한데 집에서 한소리도 들었던 날이 생일이었다든지, 마음도 진흙탕 속에서 뒹구는데 집가는 길에 비까지 쏟아져서 쫄딱 맞고 간다든지, 자잘하게 서러웠던 기억이 많다- 고 여겼었는데 과연 그런걸까. 어릴 때는 징크스니 운명이니 별별 이유를 다 갖다붙이는 드라마퀸이었는데 지나고나니 심플해 보인다. 난 그냥 여름 이맘때가 몸에 안맞는것 같다. 에어컨 켜진 실내에 있어도 더위에 더해지는 습한 기운은 살성에도 안맞고 기분도 별로고 입맛도 없고 그렇다. 습도가 100%가 되면서 장마가 시작되는 시기에 피크를 맞는다. 불쾌지수가 높다라는 표현이나 더위를 탄다는 말도 쓰지만 그것보다 좀더 내면적이고 육체적인 문제같다. 재보지 않은 미네랄이나 무기질 불균형이나, 어떤 호르몬이 나오고 있을수도 있고. 봄~여름 즈음이 그렇게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가 (봄에는 피부도 뒤집어진다) 가을쯤 되면 입맛도 돌고 기분도 좋아지기 시작해서 신나게 가을을 타다가 겨울에는 피부도 뽀송뽀송 상태좋고 컨디션도 좀 살아난다. 그냥 신체 리듬에 의한 결과일 수 있는 것들을 얼마나 짜깁고 붙여서 운명론적인 해석을 해왔는지 생각하면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