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나§ 2015. 9. 2. 23:47


헤나가 추락했다. 2m 가까이 되는 찬장에서 위에 장난감을 한손으로 건들다가 (어떻게 그리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뒷발을 헛디뎠고 그대로 주르륵 떨어졌다. 어딘가의 그림에서 (어릴때 본 과학 앨범일지도 모른다) 고양이를 거꾸로 떨어뜨리면 참 폼나게 돌아서 네발로 착지하던데 헤나는 물그릇 위로 그대로 철푸덕 사료통과 헤나의 털은 푹 적고 사방이 물바다가 되었다.


사실 좀전에 동물 포비아를 극복해 보기로 한 유진이가 헤나를 처음 만났는데 찬장 앞에 좁은 틈이나 의자 팔걸이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고양이의 평형 감각에 감탄하는거다. 난 뿌듯했지만 곧 솔직해지기로 하고 헤나는 그다지 그런 능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라고 사실대로 밝혔다. 그러자 증명하듯이 역대 최고 높이와 자세로 슬랩스틱을 보여 주는군. 꽤나 요란하게 떨어지는 바람에 순간 실족사로 헤나를 잃는줄 알고 아찔했는데 나보다 더 놀란건 헤나 본인으로 와장창 떨어지곤 쫄딱 젖은채로 창가로 도망가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다. 나는 아직 시차 때문에 무척 피곤했지만 내 고양이의 자존감 회복을 위해 낚시대를 (가깝고 안전한 위치에서) 흔들어주며 토닥토닥 해주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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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헤나 1. with 물



​멍헤나2. 영혼의 박탈과 정체성의 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