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기억
후각
디아나§
2015. 8. 21. 15:58
- 헤나의 털은 길고 푹신푹신해서 그곳엔 내 그때의 냄새가 묻는다. 대개는 그 즈음의 자주 쓰는 향수 냄새가 난다. 가끔은 섬유 유연제 향이 배어 있기도 하다. 드물게는 직전에 먹은 음식 냄새가 살짝 날때도 있다. 나도 기억 못하는 냄새가 날때도 있다. 그러면 기억을 더듬다가 어디서 묻혀온거야 하고 웃고만다. 헤나는 이 더운날에도 가끔씩은 광합성을 하는데 커튼과 창사이에 웅크리고 앉은 뒤로 살그머니 다가가 등에 코를 묻으면, (조금 놀라다 냑하고 반겨준다) 따끈따끈해진 모피 사이로 햇살 냄새가 난다.
- 오랜만에 옷장에서 꺼낸 옷을 입으려다 멈칫 했다. 익숙하지 않은 코를 대보니 낯설지 않은 향이 어떤 날의 기억을 불러왔다. 가만히 옷을 다시 옷걸이에 걸어 넣어두었다. 사진만이 기록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