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나§ 2014. 9. 24. 14:34

며칠째 열몇시간을 잔다. 오늘은 일어나서, 왜 살고있을까란 생각을 잠시 했다. 환자 명단을 보니 한명이 더 늘었다. 요즈음에 나는 주치의를 하기에 너무 위험하다. 겨우 회진을 돌고 다음날 발표할 논문을 조금 보다 열두시에 간호사들과 회의가 있다고 해서 가는데 전화를 세통 정도 받았다. 오냐고. 오라고. 오고있냐고. 회식에 몇번 빠지니 내 거취는 세세히 감시당하고 있다. 개선 회의란 명목하에, 오더받는 다수의 오더내리는 소수에 대한 성토와 압박만이 존재하는 도무지 무언가 개선될것 같지 않은 자리에 앉아있자니 속이 울렁댔다. 콜을 핑계로 빠져나왔다. 10분 정도 있으니 전화가 온다. 너한테 할얘기 있다는데 어디있냐고. 콜을 받았다고 하니 너랑 말해야 될거같다며 직접 내려온다고 했다. 당직실에서, 나는 오롯이 앉혀진 채 사람좋다고 자부하는 셋한테 둘러싸여 내 인격에 문제가 있다는 진솔한 충고를 들었다. 수시간처럼 느껴지는 십여분의 시간 동안 온몸에서 얼굴까지 달아올라 몸이 붕 뜨는 기분이었다. 왜 눈을 마주치지 않냐고 했지만 눈을 둘 곳이 없어 반대편 바짓단에 실땀을 세고 있었다. 최근에, 분명 나는 싸웠거나 무뚝뚝한 적이 있었고 컴플레인이 나올수 있다는건 알고 있었다. 무조건 내편을 들어주길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요새 무슨일이 있느냐는 물음이 먼저 나올 수는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최소 일년 이상은 이곳에서 그들과 일을 했었고 나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는 만들어졌다고 생각을 했느니까. 이번 회의록은 좋는 시발점이 되어준 듯 했다. 정확히 문제가 시작된 그날의 일부터 쌓아두었다는듯이, 어쩌면 저렇게 머리가 좋을까 싶을 정도로 하나하나 열거해 나갔다. 어느 역치를 넘으니 한가지씩 나올때마다 움찔하던 것도 더이상 없고 오히려 더 잔인하게 짓밟히고 싶어졌다. 울고싶지 않았지만 감정은 더이상 내 몸안에 웅크리고 있는걸 포기했고 내 마지막 껍질은 그렇게 깨졌다. 그리고 당직실 문이 닫히는 순간 어떻게 되었든간에 지금 이순간 여기에는 못있겠다고 생각했다. 1년차 때, 몇몇 주위에서 나갔다 돌아오거나 나가는 친구들을 보았을때 그들이 의외로 편하게 있다 돌아오지 못한다는 사실에 약간 놀랐던 적이 있다. 나가면 잠을 자고 맛있는걸 먹고 좋은델 가는, 그런 생각들을 하지 않을까 했었다. 직접 닥치니 역시 알게된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통증이 심해서 오히려 우리하게 퍼지는 그 순간에 어떤 사고 자체를 하기가 어렵다. 아, 난 한가지 생각은 했었다. 헤나.. 내가 이대로 사라지면 헤나가 어떻게 될까. 그래서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연락을 했고, 헤나를 꺼냈고, 그 다음에 콜폰배터리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