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닐링
Henealing ; Hena + Healing
불꽃놀이를 멍하니 바라본 전날부터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돌아가는 길이라 고민을 조금 했지만 러쉬에 들러 목욕 바를 샀다. 옆에 있는 Paul junior 에서 이전에 괜찮았던 파스타 한접시를 시켜볼까 했는데 자그마한 레스토랑은 없어지고 정체불명의 김밥 가게가 들어서 있었다. 버스를 타려고 했지만 정류장 방향을 착각해버렸고 배고픔과 피로에 체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어서 택시를 탔다. 집 앞에 내려 엄마와 빈이의 단골집인 쌀국수 집에 가봤지만 문을 닫고 있어서, 길건너 미소야에 갔다. 포장밖에 되지 않는다고 해서 마지막 주문을 받아들고 집앞에 아파트 정문까지 오니 집에 불이 꺼져 있어 엄마 아빠가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다는 걸 알았다. 두 동물이 어둠 속에 있겠군 하고 현관문을 여니 등이 켜지면서 헤나가 보였다. "안녕~ 헤나. 오랜만이야."무릎을 굽혀 쓰담쓰담하니 눈을 깜빡이며 반가워한다. 멀찌기 기지개를 펴는 날라의 앞발이 보인다. 허기로 쓰러질거 같아서 식탁에 앉아 우선 포장을 폈다. 혼자인 공간에 혼자서 저녁을 먹기에 국수는 얼마나 어울리는 메뉴인지. 날이 싸늘해져 넓적하고 매콤하게 볶은 면이 먹고 싶었지만 아직 모밀 국수도 괜찮다. 무즙과 파, 와사비를 충분히 넣고. 병원에서 가끔 찾는 두배 가격의 모밀보다 훨씬 맛있어서 행복해졌다. 언제나 헤나는 내가 무언가 먹고 있으면 발치 옆에 와서 야옹거리거나 눈높이가 맞는 찬장 위에 올라가 갸우뚱하며 말을 건다. 정작 입에 대는건 거의 없지만 호기심이 많은 헤나는 코 가까이 대주면 킁킁거리고 체크를 하고 간다. 식사를 하고나니 조금 기운이 나서 목욕물을 받았다. 요새도 가끔 보는 아나스타샤 크루프닉의 녹색노트를 들고 들어갔지만 펴진 않았다. 머리를 먼저 감고 어제 도착한 팩을 바르고 온도를 맞추고 입욕제를 푼 물에 담근다. 레몬과 아보카도라는데 에메랄드 물빛에 시트러스 향이 피로감엔 감미로웠지만 오래 있기엔 약간 셌다. 헤나는 혹시라도 같이 하잘까 멀리 구석 돌 위에 앉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가볍게 씻어내고 따끈하고 녹작녹작해진 몸을 도톰한 샤워 가운으로 감싸고 방에 와서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