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영화

4월에 왕가위가 필요한 이유

디아나§ 2010. 4. 9. 22:03

공허하고 또 공허하다. 그가 멀리 있거나 친구들이 바쁜 탓에, 혹은 요즘 부쩍 정신없는 내 일상 중에 혼자있을 떄가 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그가 온다는 연락에 활력을 얻은건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꽃이 피고 햇살이 서늘하던 공기를 넘칠만큼 채우고 빛은 동공을 작게만들수 있는 한계까지 눈부시다. 그런데도 빈다.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와 거울을 쳐다보기도 싫어지는 권태가 있다. 그래서 잔인하다.

왕가위의 영화는 빛이 아주 많다. 소리도 많고 눈이 마주치는 순간이나 커피를 마시는 1초도 과장되리만큼 길다. 색은 느끼할만큼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배우는 온 감성을 담은 눈빛을 들어 응시하며 음악은 육즙이 아주 풍부해서 감칠맛이 넘친다. 해부학적인 위의 주림이나 혀끝의 감각보다도 영혼이 자꾸 새는 요즘, 왕가위가 미칠듯이 그리운 이유다. 아비, 여자가 가장 아름다운 때, 경쾌한 캘리포니안 드림, 혼자 여행길에 어울리는 블루베리파이 모두 다시 보고싶다. 2046과의 첫만남도 기대된다.